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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특별기고] 직업교육 인정받도록 제도 뒷받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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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최근 방영됐던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청년 실업, 계층 양극화, 학벌 중시 문화 등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등장인물 중에서 '서지안'은 비정규직 근로자이지만 '대기업 정규직' 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며 처절하게 경쟁하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동생인 '서지수'는 소박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빵사라는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드라마에서 '대기업 정규직'은 직업인으로서 수행할 직무의 내용보다는 위세, 곧 사회에서의 지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제빵사'는 업무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라마 속 인물처럼 한국 사회의 대다수 청년들도 대기업 그리고 정규직을 희망하는 것은 직업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소득이 달라지고 이것이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필자는 독일의 도제교육 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쾰른을 방문했다. 쾰른의 수공업협회의 공동훈련센터에서 자동차 정비 분야의 도제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청년을 우연히 만났다. 그 청년은 자신의 꿈인 자동차 정비사의 명장이 되기 위해 독일의 도제교육에 참여한 것이다. 한국에도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계고와 대학, 그리고 다양한 학원이 있는데 굳이 먼 독일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독일에 온 것은 자동차 정비사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사회의 인정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도제교육을 통해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자격을 취득하고 이를 인정하는 독일 자격 체계(German Qualifications Framework)가 있다. 독일 청년들은 자격 체계 내에서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야 성장할 수 있고 성장 과정에서 수행하는 직업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합의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자신의 성장 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체계가 없기 때문에 막연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직업 생활을 하게 되어 장기적인 비전과 성장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책적으로 직업교육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직업교육을 통해 양성된 인력이 사회에 진출하여 그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직업교육의 한계가 도래하고 있다.

직업교육이 황금빛 인생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을 통해 얻게 될 직업이 사회에서 공식적인 보상으로 연결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독일과 같이 '자격'이라는 객관적인 잣대로 실력을 측정하고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결국 청년들의 황금빛 인생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을 갖기 위한 직업교육'이 필요하고 '직업인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로와 보상을 제공하는 역량 체계'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안재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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