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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북극곰 50마리 러시아 섬마을 점령…"인간이 미안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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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말 러시아 외딴 섬마을 노바야 제믈랴에 굶주린 북극곰 50여마리가 출몰했다. 북극곰들은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아내리자 먹을 것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베이란 타임스 트위터 캡처]


지난해 굶주린 북극곰 50여 마리가 러시아 섬마을을 점령한 사건과 관련 기후변화 문제를 재조명하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지는 11일(현지시간) 지난해 말 러시아 외딴 섬마을 노바야 제믈랴에 북극곰 50여 마리가 출몰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건물 안까지 들어오는 일에 대해 "인간이 미안해하고 두려워해야 할 일"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북극곰들은 얼음이 녹아내리자 먹을 것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 섬마을에 온 북극곰 50여 마리 중 10마리 가량은 아예 마을에 눌러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학교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고 경고사격 등으로 북극곰을 쫓아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민들은 외출을 자제했고 마을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가디언지는 "기후변화로 북극곰들은 정상적인 이동 경로와 사냥로에서 벗어났다"며 "북극이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두 배나 빨리 온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0년 간 우리는 야위었거나 홀몸인 북극곰이 부서진 빙하 조각과 떠내려온 이미지에 익숙해졌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이제는 곰 한 마리가 아닌 떼로 몰려오고 인간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극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단순한 연민이 아닌 두려움"이라면서 "이런 두려움은 먼 미래의 위협인 줄만 알았던 기후변화의 위기가 갑자기 현실로 느껴지는 현 상황에서 당연한 감정"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북극곰들은 환경을 훼손한 데 대한 복수에 나선 게 아니다. 인간이 없는 곳이 없고 곰들은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며 "그런데도 언론은 헤드라인에서 북극곰의 '침략'에 초점을 맞추고 기사들은 곰들의 '추방'이나 '처형'을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극곰들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겨울을 잃어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간 또한 그렇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과 그들(북극곰)을 안쓰러워하고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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