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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이국종 “선생은 아틀라스” 유가족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는, 아버지의 꿈 이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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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경향신문

오열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한 유가족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국내 응급의료체계 확립에 기여했던 고인은 설 연휴 근무 중이던 지난 4일 자신의 사무실 책상 의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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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떠났지만, 새로운 임지는 ‘하늘’이 될 것입니다. 향후 응급의료헬기 표면에 선생님의 이름을 새겨넣고, ‘콜 사인’은 아틀라스로 하겠습니다.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헬기가) 싣고 갈 때 저희의 손을 잡아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국내 응급의료체계 확립에 힘쓰다 심장사로 유명을 달리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됐다. 고인은 설 연휴 근무 중이던 지난 4일 오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였으며, 의료원과 유족들은 과로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의료계 관계자, 내·외빈 300여명이 참석했다. 추도사는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조준필 대한응급의학회 회장, 이국종 센터장 등이 맡았다. 이 센터장의 경우 닥터헬기 도입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고인과 함께 일해 왔으며, 의료현실의 문제를 기록한 자신의 저서 <골든아워>에 많은 분량을 할애해 고인의 행적을 기록했다. 이 센터장은 “(고인은)응급의료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버려진 섹터를 끌고 나가려는 자신의 운명과 ‘응급의료체계를 무의미하게 남겨 놓을 수 없다’는 정의 추구를 연료로 스스로를 산화시켰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응급의료체계 개선은 부침을 반복해 왔다. 의료계 내부의 반발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정책의 뒤틀림들로 인해 고인의 ‘버퍼’(완충력)는 끊임없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고인을 신화에 나오는 거인 ‘아틀라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아틀라스는 지구 서쪽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거인이다. 그는 “본인에겐 형벌과도 같은 상황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며 “사람들은 아틀라스를 모르지만 그는 무심하게 버텨내고 있다. 선생은 아틀라스였다”고 말했다.

허탁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는 추도사에서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의 응급의료체계가 발전하였다면 국가와 국민은 윤 센터장님에게 감사하고, 그에게 국가유공자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씨는 유가족 대표로 추도사를 했다. 윤씨는 “이번 일을 겪으며 아버지가 이루고자 한 일과, 이를 위해 함께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을 알게 됐다”면서 “아버지가 가족에게 늘 미안함을 가진 걸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이해한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윤씨는 이어 “아버지와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함께 날리던 날들이 그리워질 거 같다”며 “아버지의 죽음을 함께 슬퍼해 준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는 아버지의 평생의 꿈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결식 뒤 유족과 동료 의사들은 윤 센터장의 위패와 영정사진을 앞세워 의료원을 한 바퀴 돌았다. 윤 센터장의 영정사진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집무실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고인의 시신은 화장된 뒤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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