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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경제보다 정치논리…24조 예타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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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조원 예타 면제 ◆

매일경제

수도권과 영남 내륙을 연결하는 남부내륙고속철도, 대전도시철도(트램), 새만금국제공항 등 23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24조1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 대상을 선정하면서 경제성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광역자치단체별로 골고루 안배하는 방식을 택해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예타 면제 대상 사업) 안건을 의결했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 3조6000억원 △지역사업을 뒷받침할 도로·철도 등 인프라스트럭처 확충 5조7000억원 △전국 권역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10조9000억원 △지역 주민 삶의 질 개선 4조원 등 총 24조1000억원이다. R&D 관련 사업을 제외한 20조5000억원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과거에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던 9조3000억원 규모 7개 사업이 이날 부활했다. 사업비가 4조7000억원으로 최대인 남부내륙고속철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32개 사업(68조7000억원 규모) 가운데 심사를 통해 23개 사업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예타 면제 대상을 선정한 직후 브리핑하면서 "이번 예타 면제 사업 선정 목표는 경기 부양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예타 면제 추진을 발표하면서 내건 첫 번째 이유는 경기 부양이었지만 올해 들어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초부터 금기시했던 'SOC를 통한 경기 부양'을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이처럼 최우선 순위를 경제가 아니라 지역균형에 놓다 보니 이번 예타 면제로 인한 경제 효과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일자리 창출, 생산 유발 효과를 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 스스로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 사업을 선정하면서 경제성이 아닌 정치적 지역논리에만 매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설을 앞두고 민심 전환용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들 사업은 2029년까지 10년간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사업비 24조1000억원 중 국비로 18조5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지방과 민간에서 부담하게 된다. 정부는 10년 동안 국비 소요액이 연평균 2조원가량으로, 정부 재정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규모 예타 면제가 예산 낭비는 물론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손일선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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