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전역하고도 팀의 3연패 탈출에 앞장
KB손해보험 이수황(왼쪽)과 정동근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불과 지난주에 전역한 선수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센터 이수황(29)과 레프트 정동근(24)이 팀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며 3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KB손보는 지난 25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V리그 5라운드 첫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6위 KB손보는 선두 탈환을 위해 갈 길이 바쁜 2위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고 3연패 사슬을 끊어내며 '봄 배구' 희망을 살려냈다.
남은 라운드에서 KB손보의 행보에 기대감을 갖게 할 정도로 이날 경기력은 예전과는 달랐다.
지난 15일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나란히 전역한 이수황과 정동근이 활력소 역할을 제대로 했다.
무엇보다 정동근이 팀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거론되는 서브 리시브에서 안정감을 불어넣은 게 컸다.
정상적인 리시브가 나오자 속공이 제대로 이뤄졌다. 이수황(8점)이 찰진 속공을 펼치자 펠리페 안톤 반데로(34점), 손현종(8점)의 파괴력이 더욱 살아났다.
KB손보는 4라운드까지 20점대 이후 승부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2세트 듀스 접전에서 31-29로 승리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3세트를 12-25로 힘없이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4세트 반격에 성공하며 승부를 5세트로 몰고 갔고, 5세트에서도 13-13까지 이어진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경기 뒤에 만난 이수황은 "제대 후 첫 홈 경기인데, 홈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그 덕분에 이긴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정동근은 "제대 후 첫 선발 출전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세트 치르면서 점점 마음이 편해졌다.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두 선수가 군복을 입는 사이, 팀 선수 구성이 많이 달라졌다.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빠지고 그 자리를 젊은 선수들이 채웠다.
이수황은 경북 구미를 홈으로 쓸 때 뛰다가 돌아와 보니 연고지가 의정부가 바뀌었다.
정동근은 삼성화재 선수로 입대했지만, 트레이드로 인해 전역 때는 KB손보 선수가 된 특이한 케이스다. 포지션도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이동했다.
정동근은 "사실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팀에서 많이 도와줘서 금방 적응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군에 있을 때 트레이드가 돼서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느 팀이든 가서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되자고 마음먹었다"며 "포지션도 상관없다. 팀이 승리하는 게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갓 전역한 선수에게 대한항공 밋차 가스파리니의 위력적인 서브를 받아낸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 아니었을까.
정동근은 "확실히 세긴 세더라. 하지만 세다고 안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자신감 있게 열심히 받으려고 했고, 뛰어넘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식지 않은 '군인 정신'을 보여줬다.
두 선수는 현재 6위로 처진 KB손보가 남은 라운드에서 힘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황은 "팀 성적이 안 좋다 보니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며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팀 분위기를 밝게 하고 서로가 웃으면서 경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동은 "같은 생각"이라며 "긴 장기 레이스에서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