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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밀착카메라] 세운지구, 예정된 재개발이지만…반발 목소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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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구 상가'가 모여 있는 청계천 세운지구에 대한 재개발 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공사에 인근 시민들은 불만입니다. 또, 지난 넉달 만에 400개 넘는 점포가 떠나면서 지역 상인들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접근금지 표지판과 가림막이 설치된 이곳은 청계천의 공구거리입니다.

시간이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는데요.

굴삭기 작업 소리가 들리실 겁니다.

재개발 사업으로 상인들이 빠져나간 건물을 상대로 정리작업이 한창입니다.

철거 대상은 세운지구 일부 구역.

지난해 10월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밤낮 이어지는 굴삭기와 살수차의 작업에 인근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양화선 : 지나오면서 보니까 돌들이 막 떨어지고 그러는데 위험해 보이고, 되게 먼지가 많이 날리고 그래요.]

남은 상인들도 먼지와 소음 피해를 호소합니다.

[이학근 : 가림막을 쳐 놓은 줄 알았어. 그게 뭐냐면 먼지야. 앞이 안 보여. 기계 많이 망가진 사람들 있어요.]

[서영주 : 새벽에 나오면 이게 (공사하는) 소리 들려요. 저쪽에 있을 때 쫓겨났는데, 이 소리 들으면 기분이 좋겠어요?]

골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이쪽 가게에 치우지 못한 쓰레기도 보이는데요.

낮 시간이지만 한산한 모습입니다.

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당장 옆 가게만 해도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번에는 일단 철거 대상에서 빠졌지만, 상인들은 언제 철거가 다가올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식당 주인 : (손님들이) '여기는 재개발 언제 하냐'고… 옆에서 이렇게 (공사)하고 그러니까 장사하는 게 불안해요.]

지난 반 년 동안 자리를 뺀 점포만 400여 개.

한 자리에서 60년, 2대째 장사하던 상인은 아예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홍성철 : 저희는 어떻게 보면 무너져가지만, 저분들이나마 이제라도 자기 자리를 잘 지켜서 보존이 됐으면…]

빨간 조끼를 맞춰입은 건 길 건너 수표지구 상인들입니다.

"다음 철거 대상은 우리"라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문원 : 형식으로는 '공청회를 했다' 이것만 보여주는 거지, 실제로 우리 상인들이나 누구는 간 사람이 거의 없는 거라고요.]

서울시는 시행사와 합의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강맹훈/서울시 도시재생실장 : 이주대책 없이 밀어붙이는 건 저희가 안 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서울시는 해당 재개발 지역에 주상복합단지를 세울 계획입니다.

하지만 인근 상인과 시민단체들은 청계천·을지로 일대를 '제조산업 문화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태호 : 그냥 부동산으로 해서 당장 ROI(수익률)가 얼마큼 나오느냐, 이것만 바라보고 있는 건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워요.]

을지로 골목골목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 홍보영상입니다.

오래된 골목이 관광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본 중구청이 지난 2016년 만든 것인데요.

당시 시민들 반응이 좋았다고 하는데, 3년 만에 영상 속 골목 모습은 확 달라졌습니다.

[김민아 : 너무 맘이 아프죠. 할아버지 집이 없어진다는 느낌? 어렸을 때부터 자주 왔으니까…]

구청 측도 재개발 일정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중구청 관계자 : 코스를 다시 좀 수정하려고 해요. (재개발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뤄질 줄 몰랐죠.]

10여년 전부터 예정됐던 재개발이지만, 실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60년 역사를 바꾸는 만큼 지금이라도 주변 상인들은 물론, 이곳을 즐겨 찾는 시민들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화면제공 : 서울 중구청)

(인턴기자 : 우수민)

박민규, 정상원,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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