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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고깃집 악취'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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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화구이 식당 많이들 즐겨 찾으시지요. 그런데 주택가에 있는 '직화구이 식당'들은 이웃 주민들과의 갈등이 깊습니다. 연기와 냄새 때문입니다.

밀착카메라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저녁시간대 서울의 한 식당가입니다.

여기저기서 고기와 생선 굽는 냄새 그리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식욕을 돋우지만 하루종일 노출되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크나큰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고깃집 근처 거주 주민 : 바람 불면 냄새가 고약하게 나요. 좀 역겹죠. 뭐라고 말은 못 하고. 겨울에도 냄새나고 사철 나죠.]

고깃집이 몰려있는 서울의 또다른 식당가 근처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고깃집 근처 거주 주민 : 12시만 되면 매연이 심해서, 뿜는데 기름 덩어리가 막…문을 못 열어놔 여름엔.]

대부분 먹자골목 바로 뒤 켠에는 주거지가 붙어있습니다.

점심, 저녁 식사 시간대마다 퍼지는 냄새와 연기에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고깃집 근처 주민 : 시골에서 나무에 불 때는 것처럼 연기가 팍 나면 바람 불면 이쪽으로 싹 날려요. 동네방네 냄새가…]

여러 고깃집들이 있는 상가를 바로 앞에 끼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이렇게 옥상 꼭대기에 설치된 환기구의 높이가 주변 아파트보다 낮아서 바람을 타고 고층부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입니다.

[고깃집 인근 거주 주민 : 창문을 열어놓고 살 수가 없으니까 이사 가야 되나…]

주민들은 수차례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고깃집 인근 거주 주민 : 냄새 때문에 죽겠어요. 우리가 불매운동까지 하려고 그랬어요. 지금도 저녁 되니까 서서히 냄새가 나잖아.]

대부분의 식당들도 연기 발생을 줄이는 기기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고깃집 직원 : 아이고 그냥 뭔 냄새 이만큼도 안 나겠어요. 음식점을 여기다 하지를 말아야지. 안 그래요?]

음식점 관련 생활악취 환경부 민원 건수는 2년 만에 3배 넘게 늘었습니다.

음식점의 연기나 냄새를 규제하는 법규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6월에는 인천의 한 숯불구이집 근처에 살던 40대 남성이 업체를 상대로 항의를 거듭하다 흉기를 휘두르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가게 인근 상인 : 냄새가 이렇게 닭을 튀기면 여기는 이제 5층 높잖아요. 높고 여기는 2층인가 그런데 시비가 된 거야. 굴뚝 때문에…]

음식물 악취 민원에 고민하던 업주들은 이렇게 악취 방지 시설을 설치하기도 하는데요.

설치부터 관리까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까지 들기 때문에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어려운 결정입니다.

[문지응/전기집진기 업체 관계자 : 소방차까지 출동할 정도로 연기가 많이 나거든요. (그런데) 자영업자 분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몇 백만원 가는 기계를 설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일부 지자체들은 조례를 마련해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음식점과 폐수시설 등 모든 생활악취 시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금액은 연간 1억 5000만 원.

지난해 지원을 받은 업체는 15곳에 불과합니다.

[삼겹살 전문점 사장 : 이 동네는 (악취 방지 시설) 단 적이 없고. 돈 몇 십만원이라고 해도 거의 안 달죠. 안 그래도 지금 장사들이 다 힘든데.]

음식점 연기와 냄새를 둘러싼 갈등은 대부분 영세업자와 서민들 사이에 벌어집니다.

더 큰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고민할 때입니다.

(영상디자인 : 이재욱)

(인턴기자 : 우수민)

임지수,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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