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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잇 수다] 'SKY캐슬'부터 '복수돌'까지, 드라마 속 학교는 왜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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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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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학원물이 변화하고 있다. 설렘 가득한 순정만화 같던 학원물들은 한 꺼풀 겹을 벗고 학교를 둘러싼 실체와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드라마 시장에는 유독 학원물을 보기 드물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꼽자면 MBC ‘위대한 유혹자’ 정도다. 하지만 상류층 학생들의 치정극을 펼치는 내용을 담은 ‘위대한 유혹자’는 학교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오히려 자극적인 전개를 위해 학생이라는 신분이 활용된 정도였다.

반면 하반기에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거나 에피소드로 집어넣은 작품들이 여럿 나왔다. 다만 올해의 학원물은 기존의 것이 지닌 풋풋한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의 학원물이 그려왔던 결을 따른 드라마는 학생들의 댄스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KBS2 ‘땐뽀걸즈’ 뿐이다. 다른 학원물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진실, 믿기지 않지만 암암리에 펼쳐지고 있는 무서운 세계를 폭로하고 있다. 덕분에 장르물이나 판타지 혹은 잔잔한 감수성을 지닌 드라마 라인업 속에서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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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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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송 중인 JTBC ‘SKY 캐슬’은 요즘 학원물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예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스카이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에 현미경을 들이댄 작품이다.

‘SKY 캐슬’ 속 인물들은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자녀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밀어 넣는다. 철저하게 계급으로 구분지어지는 이들의 세상 속 아이들은 갖은 학대와 폭언, 불미스러운 일들에 휩싸이며 죽어라 공부만 한다. 반항을 한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손아귀에 있거나 누군가의 죽음과 갈등을 불러오는 끔찍한 일만 야기할 뿐이다.

여기에서 학교는 교육이 아닌 기계적인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곳처럼 비춰지고,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남보다 못한 사이로 그려진다. 심지어 아이들의 성적과 입시를 책임지는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은 도우미가 아닌 ‘갑(甲)’이다. 코디네이터는 공부가 가장 중요한 이곳에서 ‘패’를 쥐고 있는 인물이 된다.

이런 막장 같은 일들은 드라마 속 허구 같지만 지극히 현실이다. 가짜보다 더 가짜 같아서 말문이 막히는 현실. 그간 학원물이 보여준 풍부한 감수성과 아름다운 광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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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진학반에서 힘들어하면서도 남고 싶어하는 영민의 모습(사진=S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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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뿐만 아니다. SBS ‘복수가 돌아왔다’는 학창시절 학교폭력에 연루돼 누명을 쓴 주인공, 학생들끼리 등급을 나눠 차별하는 선생님들, 심지어 학생들끼리 서로를 평가하고 헐뜯는,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학교를 그린다. 엄밀히 학원물 장르에 속하지는 않지만 학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드라마는 여기에 어른이 된 학생들인 손수정(조보아), 강복수(유승호), 오세호(곽동연)의 팍팍한 현실까지 더해 사실적인 학원물의 확장을 이끌어냈다.

성적계급사회를 다룬 학원물이 아니더라도 성적과 관련해 고통 받는 아이들을 에피소드로 다룬 드라마들도 있다. MBC ‘붉은 달 푸른 해’에서는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그 중에는 자물쇠가 달린 방에 감금당한 채 공부를 해야 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매를 맞는 인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SBS ‘황후의 품격’ 속 황제 이혁(신성록)은 공부를 못 한다는 이유로 선대황제에게 학대 받은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이윤(오승윤)의 조소를 보고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이혁은 “자신을 때려달라. 내 몸이 매질을 기억하는 모양이다”라는 처참한 대사를 내뱉는다.

드라마는 분명 허구의 시나리오로 꾸며진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다. 학교, 공부 등 우리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소재라면 더욱 그렇다. 시청자들 역시 본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작품에 더욱 빠져든다. ‘SKY 캐슬’의 시청률이 높은 데에는 뛰어난 전개와 빈틈없는 연기력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경악스러운 장면들이 가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요즘 드라마들은 시청자의 흥미와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사실적인 묘사와 일화를 다루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순정만화 같은 이상적인 학교를 그리는 것도 숨통 트이는 힐링이 될 수 있겠지만 이처럼 불편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다루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학원물은 더욱 분명한 의미가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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