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는 올해 재임 2년차를 맞아 투어 스케줄의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에서 투어 별 시즌 일정 발표 순서는 돈과 힘의 논리에 따른다.
유명 선수가 많고 상금이 많은 힘센 투어일수록 일정을 먼저 발표하고 힘이 약한 투어는 나중에 일정을 내놓는다. 유명 선수들의 출전에 따라 대회 흥행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지난 7월11일에 46개 대회를 치르는 2018~19스케줄을 발표했다. 10월초에 열리는 가을시리즈 일정에 따라 3개월 전에 일찌감치 내놨다.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이 5월16일부터 나흘간 뉴욕에서 열리고 제5의 메이저인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3월14일부터 개최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로써 3월부터 8월까지 매달 빅 이벤트를 하나씩 개최하는 것이 내년 PGA투어의 특징이다. 또한 본 시즌 이후에 열리는 4개의 플레이오프 페덱스컵은 3개로 줄어들었다.
PGA투어가 8월에 끝내는 일정 변화를 한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9월에 미국서 인기높은 미식축구(NFL)기간과 겹친다는 게 큰 영향을 주었다. 프로스포츠는 결국 흥행과 돈으로 말하는데 9월이면 골프 대회가 아무리 커도 다른 스포츠와의 경쟁에 밀린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이렇게 골프에서 가장 큰 투어인 PGA투어의 일정 변경은 순차적으로 다른 투어에 영향을 미쳤다.
자료는 각 투어. |
유러피언투어는 시즌 한 달 전에 발표
유러피언투어는 11월22일 시즌 첫 대회인 혼마홍콩오픈이 열리기 한 달 전인 10월29일에 5개 대륙 31개 국가를 순회하며 총 48개 대회를 치른다는 일정을 발표했다. 700만달러 이상이 걸린 롤렉스 시리즈이자 대표적인 메이저인 BMW PGA챔피언십이 9월로 옮겼고, 이탈리아오픈(10월10~13일)과 프랑스오픈(10월17~20일)이 10월에 열리는 등 가을에 큰 상금액이 걸린 대회 비중이 더 높아졌다.
내년 1월31일부터 나흘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우디인터내셔널이 처음 열리면서 중동에서는 5개의 대회가 이른바 ‘중동스윙’으로 열린다. 1월 중순에 롤렉스 시리즈로 격상된 아부다비HSBC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오메가두바이데저트클래식, 오만오픈을 거쳐 3월 초 카타르마스터스까지 오일 머니를 쟁취하기 위한 대회가 이어진다.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서 신설되는 케냐오픈이 3월14일부터 열리는 데 그 일정을 비유하자면 ‘버리는 카드’다. 그 기간에 PGA투어만의 잔치이자 ‘제5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기 때문이다. 총상금 110만 유로의 신설 대회 이간에 그보다 10배 넘는 상금을 가진 대회를 배치해서 유럽 주요 선수가 불참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힘이 약한 투어는 투어 일정을 짜면서 이런 겹치는 대회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게 고민이다.
마이크 완 LPGA커미셔너는 투어의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
LPGA투어는 남자 메이저와 연동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그로부터 2주 지난 12월6일에 투어 일정이 발표됐다. 2019년 1월 17일 개막하는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로 시작해 11월 24일 끝나는 CME그룹 투어챔피언십까지 총 32개 대회 일정이었다.
미국과 유러피언투어는 대회수가 줄어서인지 총상금액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LPGA투어는 증액되었기 때문에 밝혔다. 총상금 규모는 7055만달러(788억원)로 올해 6535만달러에 비해 증액되었다.
LPGA투어의 일정을 보면 주요 대회가 미국, 유럽의 4대 남자 메이저를 피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 마스터스 전주에 ANA인스피레이션을 배치하고, US오픈 다음 주에 KPMG여자PGA챔피언십, 유럽에서 열리는 디오픈 다음주에 에비앙챔피언십과 여자브리티시오픈을 연달아 치르는 일정을 보면 남자 대회 스케줄을 보고 날짜를 배치했음을 유추하게 된다.
동시에 LPGA는 아시아 여자 골프 시장의 맹주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애초 8월중으로 얘기되던 BMW여자챔피언십은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이 중단되자 바로 그 기간에 들어갔다. 따라서 ‘LPGA 아시안스윙’은 10월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뷰익LPGA상하이에서 11월초 토토재팬클래식까지 4개 대회가 쭉~ 이어진다. LPGA는 그 다음 주에도 대회 한 개를 더 만들기 위해 스케줄을 비워두었다.
지난 20일 이사오 아오키 JGTO회장이 올 상금왕 이마히라 슈고와 함께 내년 스케줄을 발표했다. |
JLPGA 18일, JGTO 20일 발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는 지난 18일에 내년 스케줄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2개 대회가 줄어든 36개 대회에 총상금액도 7년만에 감소(3300만엔)한 37억500만엔으로 치러진다는 내용이었다.
산술적으로는 3개 대회가 중지되고 한 개 대회가 신설되며 상금이 줄었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읽힌다. 중지되는 대회들은 모두 지방 케이블TV 회사들이 중계권을 행사하던 곳이었다. JLPGA는 인터넷 미디어와 방송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지연 중계방송을 하면서 투어의 활력을 떨어뜨리던 이들을 과감하게 잘라냈다. 이는 투어의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틀 뒤인 20일에는 일본골프투어기구(JGTO)가 내년 시즌 1부 정규 투어 및 2부투어인 아베마TV투어 스케줄을 발표했다. 내년 투어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공동 개최하는 조조챔피언십과 9월의 ANA오픈(총상금 1억1천만엔)이 신설되고, 2개가 중지되어서 대회 수는 24개로 올해와 같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총 상금액은 공동 개최인 조조챔피언십의 975만달러(11억175만엔)가 더해져 사상 최고액인 42억9475만엔이 됐다. 올해 일본투어 총상금 35억775만엔보다 7억8700만엔이 높아졌으니 단순 계산으로 22.4%가 증액됐다. 물론 조조챔피언십에는 JGTO에서 10여명 남짓 출전하기 때문에 시즌말의 상금 포인트에서는 절반만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 우승하면 바로 미국투어 출전권을 얻기 때문이다.
10월2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조조챔피언십은 미국 페덱스컵 랭킹 60명이 기본적으로 출전권을 얻는다. 일본투어에서는 10월10일부터 열리는 브리지스톤오픈의 상위 3명, 1월의 SMBC싱가포르오픈부터 브리지스톤오픈까지의 상금 랭킹 7위까지를 합친 10명의 선수가 출전권을 얻게 된다. JGTO에서는 일본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조조챔피언십에 출전하도록 하기 위함인지 10월10일부터 브리지스톤-17일부터 내셔널타이틀인 일본오픈을 조조챔피언십 앞에 배치했다. 10월이면 3주 연속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내년 10월에 한국 제주도에서 17일부터 더CJ컵@나인브릿지가 열리는 스케줄이 염려된다. 한국 대회를 지나 일본서 토토챔피언십, 그리고 중국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 순으로 3주간 대회가 열리는 일정이 되기 때문이다. PGA투어 페덱스 랭킹 60위권 선수들이 3주간 아시아 대회를 위해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중국만 출전하는 일정을 짠다면 내년에 신설되는 조조챔피언십으로 더CJ컵은 출전 선수와 흥행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27일 KPGA는 코리안투어 18년 일정을 발표했다. [사진=KPGA] |
한국 남자 투어는 JGTO에 민감
한국 남녀투어는 매번 연말 연시에 새 시즌 스케줄을 발표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일본 남자투어의 스케줄을 무시할 수 없다. JGTO투어를 병행하는 선수들이 코리안투어 상금 상위 랭커의 다수를 이루기 때문이다. 몇 년 전 GS칼텍스매경오픈이 JGTO의 메이저 대회와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주요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질 수 있다. JGTO 상금 순위 상위 10명을 조조챔피언십에 출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년 코리안투어는 6, 7월 초순의 일본 메이저 대회들과 10월의 3주간을 피해 대회 일정이 짜여질 수도 있다. 총상금 20억원의 제네시스챔피언십은 올해 UL인터내셔널크라운을 위해 양보했던 대회 일정을 가을로 미룰 것이고, 디오픈 퀄리파잉 이벤트인 코오롱한국오픈은 7월 이전에 마쳐야 하는 틀은 정해졌으나 나머지 대회 일정은 유동적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최근 ‘세계 넘버원’을 표방하면서 아시아권으로 투어 무대를 넓히고 있다. 내년 1월에 대만에서 신설 대회 타이완위민스골프오픈을 여는 것과 LPGA투어로 올해까지 열렸던 KEB하나은행챔피언십 대신 아시아 국가 선수들을 포괄하는 하나금융챔피언십을 개최한다는 것은 투어의 세계화와 연결되는 좋은 시도다.
그런 자신감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난 10월에는 LPGA투어의 UL인터내셔널크라운 기간에 국내 인기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맞붙이기도 했다. 내년 10월24일부터 부산에서 신설되는 LPGA대회인 BMW레이디스챔피언십 기간에 국내 KLPGA 대회를 동시에 치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른바 '맞불 전략'은 신중해야 한다.
뛰어난 선수들이 매년 LPGA투어, JLPGA투어로 진출하는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금왕 이정은6와 상금 2위 배선우가 내년부터 미국, 일본투어로 옮긴다. 이에 대해 최근 KLPGA투어에서 국내 선수의 해외 투어 참가 대회에 제한을 두는 규정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것이 근원적인 ‘넘버원 전략’의 전략일 수 없다. 넘버원 투어가 되려면 총상금부터 키워야 한다.
국내 남자투어는 일본JGTO의 스케줄 뒤에 발표되고, KLPGA투어는 코리안투어의 스케줄과 연동되면서 일정이 발표된다. 따라서 지난 7월 미국 PGA투어에서 시작된 일정 발표 순서를 보면 유러피언투어-LPGA투어-JLPGA투어-JGTO투어가 일정을 발표한 뒤에야 국내 투어의 일정이 나오게 된다. 투어간의 상하 관계는 아니지만, 흥행과 상금액의 역학 구도가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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