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고통 없애줄 미세바늘
커청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를 통해 "심장 표면에 붙여 손상된 조직을 치료할 수 있는 미세바늘 패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패치는 미세바늘에 줄기세포를 함유하고 있어 심장마비나 심근경색으로 인해 손상된 근육세포를 재생시킨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미세바늘 패치가 근육세포를 되살려 심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심근경색으로 심장 조직이 크게 손상된 쥐의 심장에 미세바늘 패치를 부착한 결과 심장 조직이 40%가량 회복했다. 패치를 부착하지 않은 쥐는 10% 회복에 그쳤다. 커청 교수는 "미세바늘 패치를 사용하면 수술 시 환자의 절개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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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바늘 패치 개발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백신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사 사용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미국 에머리대 의대 나딘 루파엘 교수와 조지아 공대 마크 프라우스니츠 교수 공동 연구진은 합성 수지인 폴리비닐피롤리돈(PVP)으로 만든 미세바늘 백신을 개발해 현재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미세바늘을 만들어 피부 각질층을 뚫고 백신을 주입할 수 있게 했다. 패치를 붙이고 20분이 지나면 바늘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는 백신이 각질층 밑으로 주입된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예방 효과에서 독감 예방 주사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고 확인했다. 미국 3M도 주삿바늘 대신 1.5㎜ 길이의 말랑말랑한 미세바늘을 통해 2분 내 약물을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체 독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선 부작용 없는 생체 물질로 개발
미세바늘은 바늘이 머금고 있는 건조 약물이 피부 속 수분과 섞이면서 몸 안으로 유입되는 방식이다. 패치의 미세돌기가 녹으면서 몸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패치 두께와 바늘 개수에 따라 약물 투여량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현재 마스크팩이나 주름 개선용 화장품 등 미용 분야에서는 이미 미세바늘 패치가 도입됐다. 화장품용 패치는 피부 표피에만 약물을 전달하기 때문에 미세바늘 길이가 300㎛로 짧은 편이다. 약물이 혈액에 섞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이 적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의학용 패치는 피부 진피까지 깊숙이 침투해야 하기 때문에 700㎛ 이상이어야 한다. 이러면 혈액과 섞일 수 있어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의료용 미세바늘 패치 대부분은 합성수지와 같은 인공물질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인체 부작용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정준호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생체 물질을 이용해 이런 부작용을 없앤 미세바늘 패치를 개발했다.
기계연구원 연구진은 지난 7월 연어 정액에서 얻은 DNA로 만든 '나노마이크로 DNA 니들 패치'를 선보였다. 수컷 연어는 정액이 몸의 3분의 1가량일 정도로 양이 많아 다량의 DNA를 얻기 쉽다. 연어 DNA는 과거 연구를 통해 세포 재생 효과가 뛰어나고 체내 부작용이 없어 기능성 화장품이나 의약품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정 본부장은 "현재 연어 DNA를 이용해 국내 제약업체 두 곳과 주사 대신 치료제를 넣을 수 있는 미세바늘 패치를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보툴리눔 독소와 같은 주름 개선 치료제가 함유된 패치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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