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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IF] "혈뇌장벽 열어 알츠하이머 치료 등 잇따라 성과… 치료 불가능한 난치성 질환, 정복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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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쿨레르보 히니넨 캐나다 서니브룩대 교수는 초음파로 혈뇌장벽(血腦障壁·BBB)을 확장하는 기술을 처음 개발해 중증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개척했다. /조인원 기자




"뇌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혁신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료에 큰 진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현재 연구 속도라면 향후 5년 내에 상용화될 수 있습니다."

쿨레르보 히니넨 캐나다 서니브룩대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초음파로 혈뇌장벽(血腦障壁·BBB)을 열어 뇌종양, 알츠하이머 등 중증 뇌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들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며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난치성 질환 정복도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BBB는 뇌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혈액에 포함된 세균이나 이물질을 걸러주는 장막 역할을 한다. 워낙 조직이 치밀해 나노미터(10억분의 1m) 규모의 작은 물질이 아니면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자량이 큰 치료 약물까지 뇌로 들어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뇌의 장벽을 뚫고 치료제를 전달하는 기술 개발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히니넨 교수는 초음파를 쏘아 분자량이 큰 약물도 BBB를 지나 뇌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우선 혈관을 통해 외부에서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기포를 주입한다. 이 기포가 뇌 혈관을 지날 때 초음파를 쏘면 크기가 점점 커져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때 BBB에 생기는 틈새를 통해 뇌에 약물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히니넨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세계 최초로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BBB 확장 실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성공을 거뒀다. 히니넨 교수는 "지금까지 삼투압을 이용한 기술이나 화학적 요법으로 BBB를 여는 연구들이 있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며 "초음파는 질병으로 손상된 뇌 부위에 정밀하게 쏠 수 있어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출혈과 같은 부작용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히니넨 교수는 하버드대 교수로 있다가 지난 2006년 BBB 연구를 위해 캐나다로 옮겼다. 서니브룩대는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연구기금을 조성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대학 간판도 중요하지만 오로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히니넨 교수의 기술을 활용한 뇌질환 치료 연구가 시작됐다. 장진우 연세대 의대 교수는 지난 9월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뇌종양 치료 항암제를 환자의 뇌에 전달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히니넨 교수는 "장 교수 연구팀은 초음파 연구 기술이 뛰어나 향후 공동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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