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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밀착카메라] "공장 팝니다"…멈춰서는 수도권 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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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장을 팝니다" 거리마다 공장 임대와 매각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습니다. 수도권 최대 산업단지로 불리는 반월-시화 단지의 거리 풍경입니다. 오늘(28일) 밀착카메라는 수도권까지 깊숙이 밀려온 불황의 그림자 입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파란 지붕의 공장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체만 2만여 곳이 몰려있는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입니다.

축구장 5320개 넓이로 수도권 최대 단지로 꼽힙니다.

반월·시화 단지가 조성된 것은 1970년대 말입니다,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들이 모여들며 경제 발전의 심장부로도 불려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거리 곳곳에는 공장부지 매각이나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가득합니다.

산업단지 내 한 교차로에 나와 있습니다.

각종 자재를 운반하는 화물차들만 간간이 눈에 띄고 있는데요.

교차로에 전신주나 가로등마다 공장 임대나 매각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이렇게 가득 붙어있습니다.

불황으로 일시 가동이 중단되거나, 아예 부도를 맞아 경매에 넘겨진 공장들입니다.

[인근 공장 관계자 : 부도나고 딱 6개월 만에 끌려다니다가 자살해서. 저희도 충격이었거든요.]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문이 굳게 닫힌 공장들도 있습니다.

압류 통보 스티커가 붙어있는 공장 기계와 설비들은 관리인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공장 관리인 : 부도가 나니까 전기, 수도요금. 그다음에 이걸 담보로 잡아놓은 은행에서는 함부로 손대면 처벌받는다고 붙여놓고. 그래서 내가 지키고 있는 거야.]

반월·시화산업단지에는 자동차와 전자, 조선, 철강 관련 대기업에 납품하는 2~3차 협력업체들이 모여 있습니다.

[배오수/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회장 :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하청을 받기 때문에 이제 그만큼 물량이 떨어진다는…]

국내 관련 대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생산 라인을 줄이거나 일부 설비를 해외로 돌리면서 일감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공장 노동자 : 일이 많아야지 우리한테까지 떨어지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낮에 나와도 할 일이 없는데. 있으면 뭐하겠어요.]

산업단지의 85%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체들의 피해는 더 큽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 주간에 두 명 줄였고 야간도 한 명 줄였고 일이 없어요. 납품단가는 10년 전 하고 똑같아요. 나아질 이유가 없잖아요. 언제 접을까 생각 중인 상황이에요.]

수익 보전을 위해서는 공장 가동률이 80% 선을 유지해야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평균 60%대로 떨어졌습니다.

한 4층짜리 제조업 공장입니다.

공장 담벼락에는 매각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있는데요.

안쪽을 들여다 봤더니 집기류와 기계는 마당으로 나와있고 공장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보관창고 등 용도를 변경해 임대를 놓으려는 공장들도 줄을 섰습니다.

[안산시청 관계자 : 빈 공장이 많이 나오는데 (경기) 어려운데 살 사람도 없고 또 팔지도 못 하고. 그래서 이제 임대주고… ]

반월·시화 산업단지 고용인원은 최근 3년 동안 3만 2000명이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산업단지를 떠난 노동자 9만 6000명의 3분의 1에 이릅니다.

문을 닫고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면서 공단지역 상가 건물에는 빈 식당들도 늘어갑니다.

[반월산업단지 상인 : 다 나가고 없어요. 손님이 없어요. 다 힘들대요. 기업이 잘 돼야 우리가 잘 되는데 지금 문 닫는 추세고 일거리가 없대요.]

최근 반월·시화 단지의 침체는 대기업에 의존된 국내 제조업의 현주소라는 지적입니다.

오후 6시, 아직 초저녁이지만 소규모 업체들이 밀집한 이 골목은 일찍 불을 끈 공장들 때문에 적막하기만 합니다.

깜깜해진 공장골목, 우리 중소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만큼이나 한적하고 어두워보입니다.

(인턴기자 : 우수민)

김도훈, 홍승재, 최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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