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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로힝야족은 미얀마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걸까 [월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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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안 돼! 우리는 안 가겠다.” 방글라데시에서 지내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고국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시위를 벌였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지난달 실무협의를 통해 로힝야족 난민 중 일부를 1차 송환 대상자로 선정, 본국행을 추진한 첫날이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의 고향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가 있는 미얀마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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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로힝야족 난민들이 지난 3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인근에 도착해 현지 자원활동가들이 나눠주는 식량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얀마는 130여개에 이르는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국가다. 버마족이 약 10명 중 7명을 차지하고 불교가 주를 이룬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는 이슬람 소수민족이다. 로힝야족은 자신들이 8~9세기 무렵부터 라카인 지역에 정착한 아랍 상인들의 후손이라고 주장하지만, 버마족과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미얀마가 영국 식민 지배를 받던 19세기 후반 방글라데시나 주변국에서 유입된 이주민들의 후손으로 간주한다.

영국은 미얀마 식민지배 당시 인종분리 정책을 통해 버마족을 천대시하고 로힝야족을 준지배 계층으로 등용했는데 여기서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 이러한 적대관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로힝야족이 영국을, 독립을 원하던 버마 정부군이 일본을 각각 지지하며 공고해졌다.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은 1948년 미얀마(당시 국명 버마)가 독립을 이뤄내자 시작됐다. 이후 로힝야족이 탄압을 피해 주변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며 국제 문제로 비화했다.

수십 년간 지속된 갈등은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한 사건으로 폭발했다. 이후 미얀마군과 정부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전에 나섰다. 현재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은 10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약 72만명이 지난해 8월 이후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작전을 피해 국경을 넘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은 난민들의 주장을 근거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반인도범죄 등이 자행됐다며 책임자 처벌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유엔이 구성한 진상조사단의 활동을 막고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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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AFP연합뉴스


상황이 악화하며 미얀마 민주화의 영웅이자 인권운동의 상징이면서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캐나다는 지난 9월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에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의 캐나다 명예시민권을 박탈하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는 2007년 수치가 미얀마의 인권 증진과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자국 명예시민권을 수여했다. 로힝야족 탄압을 방관해온 수치 국가자문역이 받은 노벨평화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때 일기도 했다.

난민들은 여전히 미얀마가 안전하지 않다고 여긴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이번 송환 조건으로 신변안전, 시민권 보장, 잔혹행위에 대한 배상 등을 미얀마에 요구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미얀마 정부는 귀환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안전보장 방법 등은 내놓지 않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빌 프렐릭 난민인권국장은 “본국으로 돌아갈 로힝야족의 안전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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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난민 송환도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30일 총선을 치르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로힝야족 난민을 미얀마로 되돌려보내는 작업을 사실상 내년으로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19일 외신이 보도했다. 아불 칼람 방글라데시 난민 구호 재정착위원회 의장은 로힝야족 난민 송환에 관한 최근 인터뷰에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난민 송환에 관한) 방침을 선거 이후에나 확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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