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美 중간선거 D-7] 트럼프가 불댕겼다, 미국 사전투표 열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혈사태 빚었던 샬러츠빌, 민주 46% 공화 45% 팽팽

사전 투표율 대선 수준… 민주당 하원 탈환 여부 관심
한국일보

미국 버지니아주 제5선거구에 출마한 레슬리 콕번 민주당 후보 선거운동 본부에서 지난 25일 자원봉사자들의 선거홍보물을 점검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중간선거 사전 투표율은 이미 넘었어요. 대통령 선거와 비슷한 추세입니다”

지난 25일 버지니아주 제5 연방하원 선거구에 속하는 샬러츠빌 유권자 등록소. 사전 투표를 위한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 곳 관계자는 투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후끈 달아올랐다며 놀라워했다. 버지니아주만 해도 2016년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72.05%인 반면, 2014년 중간선거 투표율은 41.6%로 중간선거와 대선에 대한 관심이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열기다.

버지니아주 남서부 살러츠빌은 지난해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 문제를 둘러싼 ‘백인 우월주의’ 논란이 유혈 사태까지 빚어 미 전역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트럼프 시대에 깊어지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핏빛으로 드러냈던 이 곳이 11ㆍ6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들끓고 있는 것이다.

샬러츠빌을 포함한 버지니아 제5 선거구는 2011년부터 공화당이 내리 승리해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11% 포인트 차로 따돌렸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은 양상이 다르다. 현역인 공화당 톰 가렛 의원이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 사업가 출신 덴버 리글맨 공화당 후보와 언론인 출신 레슬리 콕번 민주당 후보가 박빙 승부를 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달 16~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콕번 후보가 46% 지지율로 리글맨 후보(45%)를 간발의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11ㆍ6 중간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의 연방 하원 탈환 여부다. 선거 여론조사를 종합ㆍ분석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29일 현재 전체 하원 435석 중 민주당으로 기운 의석을 205석, 공화당은 201석으로 분류했다. 또 29곳은 경합지로 남겨놨다. 샬러츠빌은 그 29곳 경합지 중 한 곳으로 민주당이 현역 공화당 의석을 교체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의 승부처로 삼고 있다.

◇갈라진 표심…의원 후보 보다는 트럼프 지지 여부가 표심 관건

지난해 주민 여론을 두 동강 냈던 리 장군 동상이 설치된 곳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유권자 등록소에서 만난 주민들의 표심도 확연히 갈렸다. 오토바이를 타고 등록소에 들른 뒤 사전 투표를 마치고 나온 조 프랫씨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independent)”라고 소개하면서 “이민 문제를 비롯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이 너무 걱정스러워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은 공화당세가 강하지만 이번은 민주당 후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에 ‘나는 투표했다(I voted)’라는 스티커도 부착하고 있었다.
한국일보

지난 25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한 유권자 등록소에서 유권자 등록을 위해 방문한 시민이 선거사무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잠시 뒤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등록소에 들른 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나는 공화당 편이다. 낙태를 반대하고 작은 정부를 지지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벌어진 유혈 사태에 대해선 “일부 과격한 사람들끼리 충돌을 빚었던 것인데, 백인 우월주의 논란은 미디어의 선전으로 부풀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나는 글로벌리스트가 아니라 내셔널리스트”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꺼낸 언급이다. 지역 후보에 대한 평가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에 표심이 쏠린 것이다.

◇뜨거운 투표 참여 열기

이처럼 갈라진 민심이 대선을 방불케 하는 투표 참여 열기로 이어지는 건 이 곳만이 아니다. 메릴랜드 주 선관위가 최근 사전 투표 참여자가 2014년의 두 배 수준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 곳곳에서 기록적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인디애나 주의 마리온 카운티는 27일 사전 투표 참여자가 2016년 대선 때를 넘어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대선이 55~60% 안팎의 투표율을 보이는 반면, 중간선거 투표율은 1970년 이후로 45%를 넘어선 적이 없고 그마저 투표율이 갈수록 떨어져 2014년에는 35.9%를 기록했다. 2차 대전 이후로 중간선거 역대 최고치는 1966년의 48.7%다. 선거전문가인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정치학과 교수는 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금 추세라면 현대에 치러진 중간선거 중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한국일보

지난 25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시청 부속건물에 마련된 부재자 투표소 입구. 버지니아 주 당국의 제지로 은 투표소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으나, 평일인데도 많은 유권자들로 붐벼 이번 중간선거의 높은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샤이 트럼프’냐 ‘청년 여성층’ 참여냐

그간 나온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중간선거 판세에서 상원은 공화당 수성(守城)이 유력하다. 상원 100석 중 35석만 교체하는 이번 선거에서 26곳이 민주당과 무당파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상원 49석을 보유한 민주당으로선 현상 유지만 해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노스다코다주가 공화당으로 기우는 등 추가로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원은 여전히 민주당이 소폭 우위를 점하는 구도다. 선거분석업체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전체 435석 하원에서 민주당이 과반인 218석에서 22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고, 또 다른 분석업체인 파이브서티에잇은 29일 현재 민주당의 하원 장악 가능성을 84.8%로 예측했다.

변수는 유례 없는 투표 참여 열기다. 민주당 콕번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투표율이 높아지면 젊은층, 여성층의 참여가 그만큼 더 높아지게 된다”며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중ㆍ장년층을 중심으로 골수 고정표가 많지만, 투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청년층 참여로 민주당이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최근 NBC방송과 월스트리저널(WSJ) 여론조사에서도 투표에 관심 있다는 의견은 민주당원 72%, 공화당원 68%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참여 열기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 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어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세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최근 유에스투데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표심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중간 선거가 지역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최근 각 선거구의 여론 조사도 2016년 대선 때 표심과 유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던 ‘샤이 트럼프’ 표심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샬러츠빌(버지니아주)=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한국일보

11ㆍ6 미국 중간선거 이후 상ㆍ하원 다수당 가능성. 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