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신비한 코인사전]<24> 블록체인 기축통화를 꿈꾸다 '테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달러와 1대1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옴니 레이어 프로토콜 통해 자산 발행...PoR 합의방식

달러 보유량·시세조작 등 의혹 이어져...라이벌 스테이블 코인 등장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은 롤러코스터에 비유된다. 올 초 2,500만원 위로 솟구쳤던 비트코인 가격은 700만원 아래로 고꾸라지는 등 급격한 변동을 보였다. 암호화폐가 실생활에 쓰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스테이블(stable) 코인인 테더(Tether)의 등장은 암호화폐의 가격 안정성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금, 원유, 법정화폐 등 다른 자산과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다. 이렇게 특정 자산과 연동하는 것을 페깅(Pegging)이라고 한다. ‘못 박기’라는 뜻의 페깅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못을 박아놓은 것처럼 법정화폐의 가치에 고정된다는 의미다.

지난 2015년 출시된 테더(USDT)는 달러와 1대 1 가치로 연동된다. 예를 들어 테더 사(Tether Limited)에 1달러를 입금하면 테더 1개를 받는 식이다. 시장에 10억 개의 테더가 있다면 테더 사는 계좌에 10억 달러를 보유해야 한다. 테더 사는 고객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1USDT를 1달러로 환전해줘야 한다. 발행된 테더는 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를 구입할 때 쓰이는 기축통화 역할도 한다. 국내 거래소에선 원화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는 법정화폐 입금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테더를 구입해 다른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데 사용한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테더는 △비트코인 블록체인(Bitcoin Blockchain) △옴니 레이어 프로토콜(Omni Layer Protocol) △테더 사(Tether Limited) 등 3단 계층(Layer)으로 구성된다. 테더 백서의 제목인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법정화폐(Fiat currencies on the Bitcoin blockchain)’에서 알 수 있듯 테더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 발급된다.

옴니 레이어 프로토콜은 쉽게 말해 자산 발행 기술로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생성·파기 △테더의 유통량 추적 △테더와 다른 코인 간 거래를 가능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조약돌 1개가 1테더의 가치를 갖는다고 하자. 이 조약돌이 하나둘 쌓일수록 그만큼의 테더가 발행된다. 정해진 가치대로 자산 발행을 쉽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테더 사는 테더 발행과 법정화폐 관리, 환전 등을 한다.

테더는 ‘프루프 오브 리저브스(PoR·Proof of Reserves)’라는 합의 방식을 따른다. 이 방식은 시중에 있는 테더의 합이 테더 사의 은행계좌에 예치된 달러 잔고와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달러 금액과 테더의 수량은 항상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테더 사는 회계법인이 정기적으로 확인한 은행 잔고와 재무 송금 내역을 자사 공식 홈페이지의 투명성(Transparency) 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PoR은 테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만약 1테더에 대해 1달러로 환전해줘야 할 회사가 달러를 확보하지 않고 테더를 무분별하게 발행하면 지급불이행 즉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PoR을 통해 테더가 지불 능력을 증명(Proof of Solvency)할 수 있을 때 테더에 대한 신뢰와 신용이 생길 수 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테더 사의 달러 보유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테더 사는 발행된 테더의 양만큼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사실 투자자들의 달러 입금 없이 자체적으로 테더를 발행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결국 지난 2월 미국 상원에서 제이 클레이튼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과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른바 ‘테더 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테더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시세조작도 논란거리였다. 테더와 테더의 최대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가 발행한 테더로 비트코인을 구입해 시세를 끌어 올린 뒤 고점에서 매각 후 테더를 교환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의혹의 중심엔 테더 사와 비트파이넥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네덜란드 출신의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가 있다. 테더 사와 비트파이넥스가 동일인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은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의미로 비쳐졌다. 이에 대해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 최고경영자는 테더 사와 비트파이넥스, 어느 쪽도 시세 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지난 6월 테더 사는 테더 발행량만큼 충분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며 루이스 프리 전 FBI 국장이 설립한 법률 회사인 FSS(Freeh Sporkin & Sullivan LLP)가 발행한 감사 보고서를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최근 테더의 가치가 장중 0.925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테더와 비트코인이 함께 상장된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에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1달러에 가격을 고정해놓은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는 그 가치를 보증해주는 은행과 협력사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기존 거래 은행으로 알려진 푸에르토리코의 노블(Noble) 은행의 재정난으로 인해 테더 사와 맺은 파트너십이 중단되면서 거래가 불안정해졌다. 게다가 비트파이넥스 거래소에 주요 법정화폐 입금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잇따른 테더의 수난에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5일 거래소인 오케이이엑스는 제미니달러(GUSD)를 비롯해 팍소스스탠더드토큰(PAX), USD코인(USDC), 트루USD(TUSD) 등 스테이블 코인 4종을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코인들이 테더의 위상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테더에 비해 상장된 거래소가 극히 적은 탓이다. 거래소 비박스(Bibox)의 공동창업자인 에리스 왕은 지난달 제미니달러를 상장하며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테더가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기축통화’인 테더의 지위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선우기자 blacksun@decenter.kr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