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사설] 최저임금 인상 반발한 소상공인단체 조사, 正道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부터 16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동원해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한국열쇠협회 등 61개 단체의 운영실태를 조사했다고 한다.

중기부는 관련법에 따른 정상적인 지도·감독 조치라고 주장한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따르면 정부가 연합회에 대해 지도·감독할 권한이 있으니 중기부의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회원사들까지 감독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다. 중기부의 요청을 받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서울시 등이 동원돼 공문과 전화 등으로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단체들의 실태를 조사했다. 단체들의 사업계획서, 예·결산서, 재산목록, 총회 개최 실적 등이 포함됐다. 조사 시점이 연합회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에서 1000여명을 동원해 집회를 여는 무렵이어서 압력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의심받을 일은 이뿐이 아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최승재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4월 연합회 본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했다. 회계사·노무사 등을 동원해 5일간 정부 보조금 및 사업비 27억원의 집행내역을 조사했다. 또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해 배임 및 횡령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중소상공인희망재단에서 받은 소상공인 희망센터 사업비 4억6700만원을 결산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반대파의 고발 건이다. 경찰이 수사했지만 지난 7월 무혐의 판단을 내린 사안이다. 정부는 올해 25억원이던 소상공인연합회 지원금을 내년에는 5억원 삭감하겠다고 했다. 매년 올리던 지원금을 집행 성과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깎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반대 목소리를 약화시키려는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정부의 이번 행동을 보면 아예 드러내놓고 갓끈을 매는 것이나 진배없다. 정부의 실태 조사는 방향이 틀렸다. 소상공인단체들을 조사할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음하는 소상공인들의 현황을 살폈어야 옳다. 무리한 정책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현 집권세력은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탄하고 사법적 단죄를 해왔다. 그런 정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단체를 조사하고 있으니 전 정부와 뭐가 다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