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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사설] 남녀로 갈린 상대 혐오 시위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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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불법촬영(몰카)'에 이은 '곰탕집 성추행' '리벤지 동영상' 등 일련의 사건으로 남녀 간 성대결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지난 6일 혜화역에서 집회를 열고 '홍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 가해 여성에 대한 사법부의 결정을 편파 판결이라고 규탄한 데 이어 연예인 구하라 씨가 남자친구에게 '리벤지 포르노'로 협박을 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빨간색 옷을 입은 1만5000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집회 참가 여성들은 "사법부도 가해자다, 편파 판결 편파 수사 집어치워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부 판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는가 하면, 구하라의 남자친구 최 모씨 실명과 함께 '능지처참'이라고 적은 피켓을 들기도 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촬영을 비롯한 여성 혐오 범죄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조항을 제정하라"며 문자 폭탄을 날리기도 했다.

남성 중심 사회구조에 시달려온 여성들이 불법촬영, 성차별 등에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리벤지 포르노'는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을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이슈다. 동영상 확산 등 2차 가해를 낳는 악질적인 범죄인 만큼 엄벌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극단적이고 남성 혐오를 증폭시키는 것이라면 남녀 간 성대결은 더 격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 페미니즘을 둘러싸고 남녀 간 혐오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남성 맞불시위 움직임도 있다. 한 남성단체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 남성 피의자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이 내려진 데 대해 편파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오는 27일 혜화역에서 규탄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곰탕집에서 남성이 신체를 만졌다고 주장한 여성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에도 남녀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성평등 문제는 우리 사회 남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남녀 편가르기, 이성 혐오는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 통합을 해칠 뿐이다. 극단적인 방법을 지양하고 서로를 설득하면서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성차별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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