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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백과사전 132]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 1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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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첫날 모인 AAC수장들. 왼쪽부터 내년 개최지 중국 상하이 시산의 로저 푸, 마틴 슬럼버 R&A 회장,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 케이 무라츠 APGC회장. [사진=AAC]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싱가포르)=남화영 기자] 올해로 10년째를 개최하는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은 짧은 기간의 아마추어 골프대회 중에서는 획기적으로 성장한 이벤트다.

마스터스, 영국왕립골프협회(R&A),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가 합심해 만든 이 대회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세계아마추어골프랭킹(WAGR)에서 큰 배점을 받는 데서부터 알 수 있다. 1895년에 시작해 올해로 118회를 개최한 US아마추어선수권, NCAA디비전1 대회, 유러피언아마추어선수권, 월드아마추어팀선수권을 포함해 가장 배점이 높은 세계 5개 아마추어 메이저에 AAC가 포함된다.

AAC는 우승자에 대한 예우와 혜택이 엄청나다는 점이 차별된다. 챔피언에게는 다음해 마스터스 출전권을 준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디오픈 출전권까지 더해졌다. 준우승자에게는 디오픈 파이널시리즈 출전권을 부여한다.

프로에 데뷔하고 평생동안 마스터스를 출전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이는 엄청난 특전이다. US오픈이나 디오픈은 세계 골프랭킹이나 지역 예선전을 통해 출전할 수 있지만 마스터스는 세계 골프 랭킹 50위가 아니면 초청을 받아야 하는 인비테이셔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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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태평양 각국 주요 선수들이 대회 전날 포토콜을 찍었다.[사진=AAC]


아시아 각국에서 6명(개최국은 10명) 이내 선수들을 오거스타내셔널이 WAGR을 보고 직접 접축하고 초청한다. 대회가 열리면 R&A가 코스를 세팅한다. APGC는 대회가 무난히 진행되도록 이들의 연결을 맡는다. 비용과 의식에서 웬만한 국제 프로 대회를 능가한다.

2년 전 한국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선수 한 명당 들어간 비용은 최소 500만원 이상이었다. 일주일간 선수 초청에 드는 왕복 항공료과 숙박을 오거스타내셔널이 전부 부담한다. 어림잡아 20억~30억원의 비용을 들여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면서 골프 잔치를 열면서 마스터스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마스터스는 메이저의 전통과 역사로 따지면 1860년 시작한 디오픈에 뒤지고, 규모로 따지자면 미국 전역에서 1, 2차 예선전을 치르는 US오픈(2014년 역대 최대 1만127명 응모)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스는 매년 가장 큰 수익을 남기고, 최고의 선수들에게서 출전조차 영광으로 여겨지는 대회로 성장했다. 향후에도 마스터스가 골프업계에서 최고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의 시장인 아시아에 마스터스의 가치를 심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낸 빌리 페인 오거스타내셔널 전 회장은 마스터스의 수익 중에 일부를 떼어서 아시아에 주니어를 육성하기 위한 대회를 구상했다. 그게 2009년에 중국 선전 미션힐스에서 시작한 AA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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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내셔널 회원들도 이 대회를 찾아 미래의 선수들을 지켜본다.


마스터스는 AAC를 통해 두 가지를 실현하려 한다. 첫째는 주니어 엘리트를 육성해서 그들이 가장 출전하고 싶은 대회가 마스터스가 되게 꿈을 심는 것이고, 둘째는 골프가 전파되지 않은 아시아 각국에 골프의 씨앗을 널리 뿌리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보완되는 개념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부탄의 왕족이 출전하기도 했다. 골프가 발달하지 못한 아시아 각국에서는 골프를 배운 사회 지도층 자제들이 출전하면서 마스터스는 미래의 최고 후원자를 확보한다.

10년째를 치르는 AAC는 아시아 태평양을 포괄하는 각국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이 대회 출전을 갈망한다. 2009년에 미션힐스에서 AAC가 처음 개최되었을 때만 해도 대니얼 니스벳(호주)만 WAGR 랭킹 47위로 톱50위 이내였고, 100위 이내는 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WAGR 랭킹 세계 50위 이내 선수가 10명이었다. 50위 중에 절반이 호주지만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뉴질랜드에서 한 명씩 속해 있다.

마스터스는 AAC를 10년째 개최함으로써 마스터스를 아시아 주니어 골퍼의 성전(聖戰)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5년 간격으로 주니어 골프 육성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5년 전인 지난 2014년부터 마스터스 한 주 전 일요일에 미국 내에서 7~1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DCP(드라이브, 칩 & 퍼트)챔피언십을 열고 있다.

다시 5년이 지난 내년부터는 마스터스 한 주 전 토요일에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선수권을 열기로 했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이 올해 마스터스 기간에 이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아 AAC, DCP, 여자아마추어선수권이 일관된 철학과 통찰력으로 진행되는 마스터스의 장기 비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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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샨에서 열린 2013년 대회에서는 이창우가 우승해서 이듬해 마스터스에 출전했었다.


AAC는 마스터스가 골프의 외연을 넓힌 첫 번째 대회인만큼 진행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 개최지의 특징을 살린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대회 전날에 아마추어 선수들이 정장을 갖춰 입고 디너 파티 리셉션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눈다. 이는 AAC가 개인 스포츠임을 떠나 스포츠맨십을 나누는 문화 행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4라운드 대회지만 예선에서 떨어진 선수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AAC조직위는 탈락한 선수들이 개최지 인근의 관광 스케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관광을 하지 않는 선수라면 드라이빙 레인지나 그린에서 연습하거나 다른 선수의 경기를 참관하도록 했다.

올림픽을 주관했던 페인은 개막식과 폐막식에 모든 선수들이 참여해서 대회의 가치에 동화되기를 바란 것이다. 지난해 웰링턴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2라운드 컷을 통과 못한 한국 선수 2명이 선두조를 따라다니면서 다른 나라 선수의 경기를 체험하고 오후에는 연습을 했다.

이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실력이 모자라는 아시아 국가라도 6명 이내에서 꼭 초청한다. 이란에서 2명, 이라크에서도 한 명이 출전했다. 2명이 출전한 쿡아일랜드에는 18홀 코스가 2개다. 한 명이 출전한 솔로몬 아일랜드에는 18홀 코스가 한 개다. 18홀 코스 2개인 파푸아뉴기니에서도 2명이 출전했다. 참가국의 골프 실력보다는 참가국에 미칠 골프 대회 이미지가 더 중요했다. 올림픽이 지구촌 축제가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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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중국에서 3명의 챔피언이 나왔고 한국과 호주, 일본에서 2번씩 챔피언이 배출되었다.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싱가포르, 태국, 중국, 호주, 홍콩, 한국을 거쳐 뉴질랜드까지 9년째 이어온 이 대회에서 오거스타내셔널은 얼마나 성과를 거뒀을까? 현재까지 성적표는 우수하다. 마스터스로서는 충분히 명예와 함께 미래 시장까지 얻게 됐다는 평가다.

1회 대회에서는 한창원이 우승해서 이듬해 마스터스에 초청되었다. 2, 3회 대회 우승자인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는 세계 골프 랭킹 4위까지 올랐고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로 PGA투어를 뛰고 있다. 김시우도 출전했었고 이 대회를 출전했던 선수 중에 6명이 세계 골프랭킹 100위 이내에 들어 있다.

2012년 태국 촌부리 아마타 스프링 골프장에서 열린 제 4회 대회에서 14세의 중국 골퍼 관텐랑이 최연소로 우승한 데 이어 이듬해 마스터스에서 역시 최연소로 컷 통과하고 58위로 마친 것은 중국 골프를 깨운 큰 성과였다. 관텐랑은 15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차지한 뒤로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고, 최연소 예선 통과 기록도 세웠다. 종전 최연소 출전 기록은 2010년 만 16세였던 이탈리아의 마테오 마나세로였다.

2013년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난산인터내셔널에서 열린 제 5회 대회에서는 이창우가 최종일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타를 줄이면서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하세가와 쇼헤이(일본)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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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커티스 럭이 2016년 송도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6년은 한국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에서 39개국 118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AAC가 열렸다. 그해 미국에서 열린 US아마추어선수권 우승자인 호주의 커티스 럭이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말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로얄웰링턴골프클럽에서는 38개국의 116명이 출전한 제9회 AAC가 열렸다. 중국의 17세 린유신이 우승했고, 중국 대표 6명 중 4명이 리더보드 상위권을 차지하는 차이나 파워를 과시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초대 우승자(한창원)와 5회 우승자(이창우)를 배출했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6명이 출전했으나 4명이 예선을 통과하는 데 그쳤다. 가장 뛰어난 성적이 28위였다. 올해는 6명의 선수가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 브라질에서 골프를 익히고 있는 하진보, 미국에서 온 이원준, 국가대표 김동민이 리더보드 상단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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