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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TF현장-정치인이 머물고 간 자리③] 노량진 공시생과 文대통령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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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찾았던 노량진 고시원을 직접 찾아 청년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에 대해 묻고, 들어봤다. 사진은 2017년 대선 당시 콘텐츠 플랫폼 딩고'빨래방에 갑자기 문재인이 나타난다면'의 모습./ 딩고 영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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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다녀간 자리는 때로 명소가 되기도 하지만, 잊고 싶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위해 때로는 민생을 직접 살피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찾는다. 이들이 머문 장소는 당시 큰 화제가 되곤 한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다. <더팩트>는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정몽준 전 의원 등이 다녀간 그곳은 현재 어떤 모습인지 확인해 보았다. <편집자 주>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방문했던 고시촌 방문취재

[더팩트ㅣ노량진=박재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 후보 당시 찾아 큰 화제가 됐던 노량진 고시촌 공시생들은 안녕할까.

문 대통령과 노량진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노량진 고시촌을 찾았고, 한 공시생과 삼겹살에 소주를 함께 마시며 과거 자신의 힘들었던 공시생 시절을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고스란히 온라인을 통해 알려졌고, 공시생은 물론 청년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대선 당시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20대 47.6%, 30대 56.9%, 40대 52.4%로 20~40대 청년층 연령대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최우선의 과제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꼽으며 신경 써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했다는 평가다. 물론 문 대통령이 공무원 증원에 나서는 등 공시생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더팩트>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찾았던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공시생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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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나타난 해당 세탁소는 "2017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캠프 쪽에서 연락 와 협의하에 촬영했다"며 "몰래 찾아가는 콘셉트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딩고 캡처화면(위), 실제 촬영됐던 세탁소와 식당(아래) 모습./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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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청년정책…점수는요?

공시생들은 문 대통령의 청년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더팩트>가 만난 공시생 중에는 바쁜 생활 때문에 뉴스를 챙겨보지 못한 이들이 있었고, 워낙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누가 와도 힘들다는 얘기도 있었다. 또한, 개인적인 선호로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이들도 있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노량진 청년들은 처음 정치적 견해를 묻자 조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나, 각자 자기의 의견을 논리 있게 피력했다. 한 공시생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채용이 줄지 않아서 불만은 없다"라면서도 "사실 공부하기 바빠 뉴스도 못 본다"라고 답했다. 또 커플 공시생은 "정치에 관심은 없다"라며 "공부하기에도 너무 바쁘다"라고 답을 피했다.

대부분 공시생은 하루 평균 10시간을 공부한다. 뉴스를 챙겨 보는 여유조차 없다. 이들에게 정치적 의견은 '사치'일지도 모르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지만, 이를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문제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길거리에서 기자와 만난 한 공시생은 "대통령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세계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너무 대통령 탓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들도 "전 세계적으로 로봇 등 기계가 발전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청년 고용 정책으로 세금이 늘어날 거라고 얘기도 있다"면서도 "4대강 등으로 이전 정부에서 돈(세금)을 더 쓰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 중 한 명은 "보건, 의료, 사회복지 분야의 공무원은 필요하니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방향이 옳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공시생도 "최근에 나오는 뉴스 통계들 중 '취업자 증가'는 신규 취업자에서 퇴직자를 뺀 수치로 다소 왜곡됐다"며 "퇴직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용률이 늘어났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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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청년들은 9·7급 공무원, 임용고시,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었다. 사진은 공시 학원에서 공부하는 공시생들의 모습./ 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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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학생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일자리는 공공 부분이 아니라 민간에서 늘려야 된다"라고 꼬집었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라는 한 여성은 "최근 보면 청년 고용정책 관련해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라며 "공무원만 더 늘리고 특히 북쪽에만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임용 관련해 이번에 채용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실상은 보건, 상담, 복지 이런 분야에서 많이 뽑는다"라며 "주 과목을 공부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채용되고 나서도 인력이 부족해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남성 또한 "원래 문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는다"라며 "고용 관련해서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공무원 시험 횟수가 연 2회에서 3회 늘어났다는 얘기도 하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3번 시행한 적 있었다"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에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뿐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청년직 최고위원직을 폐지한 바 있어 사실상 청년들과의 소통에 관련해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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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시생은 44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하루 공부시간은 10시간으로 취침,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노량진 고시원촌의 각종 간판의 모습./ 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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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44만 시대...그들의 생활은?

공시생들에게 추석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니다. 오히려 심적 부담과 그저 '특강'을 듣는 날에 불과했다. 지난 3월 발표된 '공무원 시험 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공시생은 대략 44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하루 공부시간은 10시간으로 취침, 식사, 휴식 시간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량진에서 만난 청년들 대부분은 9·7급 공무원, 임용고시,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었다.

추석을 맞아 짐을 들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한 고시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1년째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이 부담스럽긴 하다"라며 "친척들은 안 보고 가족들만 잠깐 보고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얘기를 나누는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30대로 보이는 두 명의 남성은 2년가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면서 "노량진에서 생활하면 다들 공부하느라 바쁘다"라며 "다른 사람들 신경 쓸 일은 없다"고 했다. 추석 때는 대부분 못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차가 있다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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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시생은 44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하루 공부시간은 10시간으로 취침,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노량진 거리에 붙어있는 추석특강 팸플릿 / 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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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로 보이는 이들도 2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라며 "따로 공부하다가 잠깐 커피 마시러 나왔다"라며 "학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고, 점심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쉬는 편"이라고 했다. 이들은 추석 일정을 묻자 "못 가는게 아니라, 안 간다"고 답했다.

4년 차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여성 공시생들은 평소에는 학교 계약직 일을 하면서 방학 때마다 임용고시를 준비한다. 추석에 대해 묻자 "명절 때도 여기 머물며 공부해야 한다"며 "집에는 얼굴이라도 비칠 겸 잠깐이라도 가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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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공시생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 정책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통령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다. 사진은 노량진 고시촌에서의 청년들의 모습./ 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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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복을 입고 있던 남성 2명은 경찰공무원 체력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각각 2년, 6개월을 준비했는데, 필기에 붙었다는 안도감보다는 실기 준비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필기시험 50%, 체력시험 25%, 면접 25%의 비중이기 때문에 필기를 통과했다고 방심할 수 없다"며 "여기(노량진) 머물러서 10월에 있을 실기시험 준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4명의 남성이 학원가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서 물어보니 이들은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스터디 그룹이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한결 가벼워 보였다. 그러면서 "작년엔 못 갔지만 이번 추석 때는 고향에 갈 수 있겠다"며 "대부분 공시생이면 눈치 보여서 집에 못 간다"고 말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만난 공시생들 대부분은 여전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선택으로 공시생이 됐지만, 그만큼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선거가 가까워지면 정치인들은 노량진 고시촌을 심심치 않게 찾는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고시원을 찾아 학생들과 컵밥을 함께 먹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강의실을 찾는다. 정치인의 방문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하기 일쑤다.

노량진에 위치한 한 점포 주인은 "가끔 정치인들이 찾아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도 한다"라면서도 "선거 때만 찾아오고 평소에는 전혀 오지 않는다"라는 지적에서 정치권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

한편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찾았던 해당 세탁소 주인은 "2017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캠프 쪽에서 연락 와 협의하에 촬영했다"며 "몰래 찾아가는 콘셉트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세탁소 주인은 그 당시 문 대통령(당시 후보)과 사진 찍고 사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주인에게 "사업 번창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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