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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애벌레 공격에 '위험해!'… 식물, 통증 신호 만들어 잎에서 잎으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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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고통을 받으면 통증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다른 잎들이 방어 태세를 갖출 수 있게 준비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시몬 길로이 교수와 토요타 마사추구 박사 연구진은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식물의 잎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잎으로 일종의 신경 신호가 전달된다"고 밝혔다.

동물의 신경세포들은 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마치 열쇠가 자물쇠에 들어맞듯 글루탐산이 신경세포의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하면 전기를 띤 칼슘이온이 세포 안으로 물밀 듯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전기신호가 갑자기 달라진다. 신경세포에 전기 스파크가 튀는 셈이다. 칼슘이온의 파동이 릴레이 하듯 이어지면서 멀리 있는 신경세포로 신호가 전달된다.

조선비즈

연구진은 잎에서 경고 신호를 만드는 칼슘이온이 증가하면 노란색 형광이 나오게 했다. 통증 신호가 발생하자 칼슘이온이 증가하면서 노란색 형광이 나왔다(사진 왼쪽 화살표). 5분이 지나자 칼슘이온이 다른 잎으로도 전달돼 형광이 퍼졌다.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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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식물에서도 같은 과정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먼저 애기장대란 식물에 칼슘이온이 증가하면 빛을 내도록 해파리의 녹색 형광 단백질을 추가했다. 애벌레가 잎을 공격하거나 가위로 잎을 자르자 2초 만에 형광이 발생했다. 빛은 밝아졌다가 이내 어두워지고 이어 옆자리가 다시 밝아졌다. 이처럼 빛이 봉화같이 이어지다가 수 분 만에 다른 잎으로까지 전달됐다. 빛의 이동 속도는 초속 1㎜였다. 연구진은 식물의 잎맥을 통해 글루탐산과 칼슘이온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지만 동료가 보내는 통증 신호를 받으면 나름 방어 태세를 갖춘다. 칼슘이온이 증가하면 식물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자스몬산이 공중으로 방출된다. 자스몬산은 식물이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제를 분비하게 한다. 이러면 곤충이 식물을 먹어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게 된다. 자스몬산은 식물의 세포벽도 두껍게 한다. 곤충은 씹기도 어렵고 소화도 안 되는 식물을 떠날 수밖에 없다. 자스몬산은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의 천적인 기생벌도 불러 모은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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