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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수퍼 박테리아' 잡을 신약 나와… 세균과의 전쟁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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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항생제도 통하지 않는 이른바 '수퍼 박테리아'를 잡을 신약이 개발됐다. 미국 바이오기업 제넨테크의 피터 스미스 박사 연구팀은 지난 13일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그람 음성균을 새로운 방식으로 무력화시키는 신약 후보 물질 'G0775'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람 음성균은 일반 세균과 세포막 구조가 달라 현미경 관찰용 염색이 잘 안 되는 세균을 말한다. 살모넬라균·대장균·콜레라균처럼 항생제에 내성을 갖춘 수퍼 박테리아가 대부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 수퍼 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암 사망자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항생제 아릴로마이신을 이용해 G0775를 개발했다. 아릴로마이신은 세균의 외벽을 침투할 수 있지만 외벽과 내벽 사이에서 각종 단백질 분비를 조절하는 효소에 결합하지 못했다. 이 효소와 결합해야 세균의 내성을 없앨 수 있다. 연구진은 아릴로마이신의 화합물 구성을 살짝 바꿔 효소와 잘 결합하는 물질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G0775가 쥐 실험에서 세균 49종을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13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변종 폐렴균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존 항생제보다 500배 강력하면서도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의 세포에는 독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퍼 박테리아를 잡으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신시내티대 펭 장 교수와 닐 아이어스 교수는 지난달 미국화학회 학술대회에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하이브리드 감광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는 활성산소로 공격한다. 감광제는 산소로 활성산소를 만드는 과정에 사용된다. 문제는 감광제가 물과 잘 섞이지 않아 박테리아가 활동하는 수용성 물질에서는 잘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물과 기름에 모두 잘 섞이는 금속 입자를 감광제에 넣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수퍼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원리도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덴마크공대(DTU)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병원균이 다른 세균으로부터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전달받는 과정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 모양의 방선균은 스스로 항생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항생제에 내성이 있다. 이 방선균을 일반 병원균과 함께 배양하면서 항생제를 주자 둘 다 살아남았다. 병원균이 방선균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한 것이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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