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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IF] 메르스 첫 발병 6년 됐는데… 백신 안 만드나 못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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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3년 만에 다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동 지역에서 총 116명이 메르스에 감염됐고, 30명이 사망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했지만 빠른 대처 덕분에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2015년과 비교해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낙타와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는 잠복기가 최대 14일이어서 나중에 새로운 환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르스의 출현과 함께 바이러스를 잡을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메르스를 겪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백신 개발 소식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 제약사들 백신 개발 외면

지난 11일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전 세계 메르스와 관련한 임상시험은 지금까지 총28건(진행 중인 임상 포함) 보고됐다. 에볼라(83건)나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292건) 등 다른 바이러스성 전염병과 비교해도 관련 연구 활동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메르스는 사회적 파급력에 비해 환자와 감염자가 많지 않고 감염 지역이 한정돼 있어 글로벌 제약회사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한다. 또 2012년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돼 축적된 연구도 부족한 편이다.

메르스는 한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 치료제를 개발해도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 백신·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는 통상 수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백신을 개발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메르스 관련 연구는 일부 제약사와 연구기관에 한정돼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조선비즈

지난 9일 마스크를 쓴 서울대병원 직원이 응급실 앞을 지나고 있다. 61세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면서 3년 만에 다시 국내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이태경 기자·그래픽=양인성




국내에서도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건국대병원은 메르스 특성과 감염 통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고, 이대목동병원은 메르스 관리에 참여한 의료 인력의 혈청 수집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천연두 바이러스 활용한 백신도

그렇다고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제약사·연구기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메르스 잡기'에 도전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 진원생명과학미국 바이오 기업 이노비오와 공동으로 DNA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DNA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바이러스에 맞설 항체를 만드는 기존 백신과 달리 메르스 유전자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유전물질(RNA) 조각을 떼내 몸에 넣어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조각이 몸에 들어가면 T세포 등 면역세포를 자극해 '전투력'을 높인다. 2015년 쥐·원숭이·낙타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100%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이 백신은 이달 서울대에서 첫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언대 연구진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전달할 수단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메르스 바이러스 자체를 백신으로 쓰지 않는 것은 메르스가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여서 독성을 없애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천연두 바이러스에 집어넣어 백신을 만들었다. 이 백신은 현재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치료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SAB바이오테라뷰틱스는 메르스에 감염된 뒤 생존한 사람의 몸에서 항체를 찾아 대량생산했다. 이 항체를 만드는 유전자를 분리해 소의 DNA에 넣어 항체를 한꺼번에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 리제네론 파마수티컬스도 항체(抗體) 치료제를 개발해 지난 5월부터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 치료제는 메르스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 단백질에 결합해 무력화시킨다. 바이러스는 돌기 단백질로 사람 세포와 결합해 병을 일으키는데 항체가 먼저 결합함으로써 이 과정을 차단하는 것이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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