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IF] '운동 알약'으로 알츠하이머 치료하는 날 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운동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특히 운동으로 인한 인지능력 향상 효과가 약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도 나와 향후 거동이 불편한 치매 환자가 간단하게 약을 먹고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하버드 의대 루돌프 탄지, 최세훈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운동이 인지능력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와 작용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성균관대를 나와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이다.

조선비즈

그래픽=김현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치매에 걸린 생쥐에게 하루 3시간씩 쳇바퀴를 돌리게 하면 운동을 하지 않은 생쥐보다 미로(迷路)에 숨겨진 먹이를 더 잘 찾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신경세포가 더 많이 늘어나고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신경 발생을 유도하는 유전자와 화학물질을 치매 생쥐에게 주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기억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전자 치료와 약물은 앞서 운동만큼 기억력을 향상시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탄지 교수는 "신경세포가 새로 생겨나도 이미 치매에 걸린 뇌에서는 마치 전쟁터에서 태어난 아기와 같은 처지여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세훈 교수는 "운동은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치매로 나빠진 뇌의 환경도 정화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치매 생쥐에게 신경 발생을 유발하는 약품과 함께 신경세포 성장 인자까지 투여하자 그제서야 운동을 한 것처럼 기억력이 좋아졌다. 신경 성장 인자는 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고 신경을 파괴하는 염증을 억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 의료계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에 약 3000만명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있으며,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으면 그 수가 2050년에는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뇌에서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데 주력했지만, 기억력 개선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다른 방법으로 치매 증세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타라 스파이어스-존스 교수는 사이언스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서도 입증된다면 치매 환자가 뇌기능 악화를 막기 위해 하는 운동을 간단하게 약물 복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