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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온난화 막으려면 소에게 바다풀도 먹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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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소에게 땅에서 자라는 풀과 함께 바다풀도 같이 먹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UC데이비스의 에르미아스 키브립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AP통신 인터뷰에서 "해조류를 사료에 섞어 젖소에게 먹였더니 온실가스인 메탄 방출량이 3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소가 풀을 먹으면 장내 미생물들이 섬유소를 분해해 영양분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해 트림이나 방귀 형태로 대기에 방출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바로 가축에게서 나오는 메탄이다.

연구진은 대학 농장에서 젖소 12마리에게 일반 사료와 해조류를 섞어 먹이면서 입에서 나오는 날숨을 모아 분석했다. 그 결과 해조류를 사료에 2% 정도 섞어 먹이면 트림 속 메탄이 30% 이상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해조류 성분이 소의 장내 세균에서 메탄을 합성하는 효소를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호주 바닷가에서 해조류를 먹고 있는 소들. 젖소 사료에 해조류를 섞어 먹이면 온실가스인 메탄 방출량이 3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TASK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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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방출량은 2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열을 붙잡아 온난화를 유발하는 효과는 25배나 된다. 소 네 마리에서 방출되는 메탄의 온난화 효과는 자동차 1대가 내뿜는 배기가스에 맞먹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미국 백악관은 2020년까지 축산업의 메탄 발생량을 25%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축산업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2030년까지 소의 메탄 방출량을 40% 줄이겠다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소의 메탄 발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소에게 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마늘이나 계피, 커리, 꿀풀과 식물인 오레가노 등 다양한 천연물질을 실험했지만 소가 먹기를 거부하거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해조류 첨가제는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호주 연구진도 실험실에서 소의 소화액에 해조류를 넣고 비슷한 결과를 얻었지만, 실제 농장에서 효과를 입증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진은 10월부터는 육우(肉牛)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해변가에서 소들이 해조류를 먹는 모습이 종종 관찰돼 사료 첨가제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실제로 유엔 식량기구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소에게 해조류를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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