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6시 한국-베트남 준결승
‘항서 매직’ 이번 대회서도 계속
한국 한수 위지만 방심은 금물
거센 돌풍 잠재우려면 집중해야
손흥민(가운데)이 지난 27일 우즈베키스탄과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황희찬(오른쪽)과 포옹하고 있다. 손흥민은 29일 베트남과 4강전에서도 공격 선봉에 선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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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중앙아시아의 ‘복병’ 우즈베키스탄과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4-3으로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시리아를 1-0으로 제친 베트남과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4강전에서 맞대결한다. 한국은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속 금메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번 대회 한국의 행보는 드라마틱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서 바레인을 6-0으로 완파하며 신바람을 내는가 싶더니, 2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 말레이시아에 1-2로 덜미를 잡히며 망신을 당했다. 이후엔 3연승으로 다시 오름세다. 키르기스스탄(1-0승), 이란(2-0승), 우즈베크(4-3승)를 연파했다.
승리와 함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우즈베크전은 김학범호가 가진 약점도 고스란히 노출한 경기였다. 무릎을 다친 국가대표팀 수문장 조현우(대구)를 대신해 골문을 지킨 송범근(전북)은 실책성 플레이를 포함해 3실점 하며 여전히 ‘합격’ 도장을 받지 못했다. 패배로 막을 내린 말레이시아전에서 2실점 한 것을 더해 두 경기에서 무려 5골을 내줬다. ‘안정감’을 첫 번째 덕목으로 삼는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로서 안타까운 성적표다.
수비 불안도 눈에 띄었다. 허리 지역에서 상대 선수와 볼의 침투를 적절히 차단하며 1차 저지선 역할을 맡아줘야 할 이승모(포항)의 움직임이 아쉬웠다. 중원을 손쉽게 내주다 보니 동료 수비수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우즈베크전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두 차례 정도 나왔는데, 이후 이승모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경기 후 자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이승모를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격려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송범근과 이승모는 같은 포지션 동료의 부상 탓에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회복 중인 조현우도, 우즈베크전에서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수비형 미드필더 장윤호(전북)도 베트남전을 앞두고 경기력을 100%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김학범호의 전반적인 상황과 공략 포인트를 4강전 상대 팀 베트남의 한국인 사령탑 박항서 감독이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박 감독은 한국 축구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도자다.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공략법도 확실히 알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베트남은 플레이 효율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어설픈 공격이나 패스는 없다. 철저히 효율성 위주다. 위험지역 언저리에 밀집 대형을 구축해 철저히 웅크리다가 상대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과감하게 역습한다. 동남아시아 축구계 전반에 ‘박항서식 전술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의 경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23세 이하 대표팀은 베트남에서 ‘황금 세대’라 불린다. 베트남 A대표팀보다 더 인기가 높은 게 바로 이들이다. 베트남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야심차게 육성 중인 선수들이다. K리그에서 뛴 적이 있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공격형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HAGL)을 비롯해 적잖은 선수가 A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경험 면에서 베트남에 앞서는 우리 선수는 손흥민 정도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닮았다는 이유로 ‘쌀딩크’라 불리는 박항서 감독은 아시안게임 사상 베트남의 첫 결승 진출을 위해 우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의 전략적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동시에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골키퍼 송범근과 미드필더 이승모도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전술적·심리적으로도 두 선수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베트남이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아래에 있다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말레이시아를 얕잡아보다 큰코 다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공은 둥글고, 베트남의 돌풍은 거세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승부에 대한 집중력이 중요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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