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승 도전·4강 넘어 새 역사 ‘외나무 다리’ 축구 준결승 격돌
박 감독 “조국을 사랑하지만 베트남 감독으로 책임·의무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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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사연 많은 매치가 성사됐다. 한국을 이끄는 김학범 감독(58)과 베트남의 수장 박항서 감독(59)이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맞붙는다. 한국인 감독 간의 ‘코리안 더비’다.
김 감독과 박 감독은 K리그에서 자주 대결을 펼치며 서로를 잘 알고 있다. 2005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이후 강원 FC, 성남, 광주 FC 등을 거쳤다. 박 감독은 김 감독보다 1년 늦은 2006년 경남 FC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감독을 역임했다. 이후 내셔널리그의 창원시청을 거쳐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K리그에서는 비슷한 길을 걸어왔지만,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김 감독은 대표적인 ‘비주류’다. 세간에는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지만, 대표팀 감독이 된 것은 이번 U-23 대표팀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애제자’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의리 발탁 논란을 겪은 데다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에서 일격을 당하며 짧은 기간 가시밭길을 걷기도 했다.
박 감독은 축구 대표팀의 빛나는 이력에 자주 등장했다. 1994년 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너로 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와 4강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그 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U-23 대표팀을 맡아 동메달을 땄다. 또 베트남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로는 지난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사상 첫 국제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었고,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일본전 승리를 이끄는 등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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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돈독하다. 서로를 존중한다. 김 감독이 지난 27일 우즈베키스탄을 꺾은 뒤 “박 감독이 참 대단하다. 정말 좋은 팀을 만들었다”며 찬사를 쏟아내자, 박 감독이 시리아와의 8강전 뒤 “김 감독은 ‘한국의 퍼거슨’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지략가”라고 화답했다.
두 감독은 8강을 브카시에서 치르며 같은 숙소를 쓰면서 자주 만나 안부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29일이면, 둘은 전례없이 서로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 같다”며 박 감독과의 대결을 기대했다. 박 감독은 “난 내 조국을 너무 사랑하지만, 지금은 베트남 감독이다.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관중석에서는 양팀을 상징하는 붉은 물결이 넘실대는 ‘레드 더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매 경기마다 응원전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반둥 교민들은 물론, 자카르타와 수라바야에서 이동한 교민들까지 응원단이 1000여명에 이르렀다. 베트남 또한 8강전이 열린 지난 27일 응원을 위해 자카르타를 당일 왕복하는 직항편을 운항했으며, 대규모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다.
자카르타 | 윤은용 기자 plaimsto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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