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제 조국은 대한민국이고, 조국을 너무 사랑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베트남 대표팀 감독입니다. 감독으로서 책임과 임무를 다하겠습니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에 진출한 박항서 감독은 조국 한국과 결승 길목에서 격돌하게 된 것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박 감독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8강전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오늘 또 한걸음 딛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여기서 제가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며 4강 진출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2차례 16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베트남의 다음 상대는 공교롭게도 조국인 한국. 한국은 앞선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4-3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4강전에서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임무를 다하겠다고 밝힌 박 감독은 한국의 김학범 감독 얘기가 나오자 “사실 김 감독과 같은 호텔에 묵으며 어제와 그제 모두 만났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김 감독은 많은 경험이 있고, ‘한국의 (알렉스) 퍼거슨’이라고 할 정도로 지략가다. 훌륭한 분”이라며 “K리그에서 함께한 동료와 제 조국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을 비롯해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써가며 ‘국민 영웅’으로 불리고 있는 박 감독은 “제가 가진 작은 지식이나마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별한 건 없고, 항상 ‘내가 아닌 우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로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결과”라고 말했다.
‘2002년 한국 대표팀의 코치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와 오늘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첫 4강을 비교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엔 “2002년엔 코치였지만, 지금은 감독이다. 그땐 4강에서 멈췄지만, 이번엔 4강에서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한국을 상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베트남은 29일(한국시간 오후 6시)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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