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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인 두 감독이 만났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이다. 한국 남자축구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고, 베트남은 새 역사를 만들며 전진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의 ‘뚝심’이냐, 박항서 감독의 ‘매직’이냐. 물러설 곳 없는 외나무다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과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베트남이 4강에서 맞붙는다.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이다.
한국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4-3으로 꺾고 4강 티켓을 따냈다. 이어 베트남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8강전에서 역시 연장 접전 끝에 시리아를 1-0으로 제압하고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두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다른 길을 걸어 4강까지 올라왔다. 김 감독이 ‘가시밭길’을 걸었다면, 박 감독은 ‘꽃길’을 밟고 왔다.
김 감독은 대회 개막 전부터 옛 제자였던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발탁하자 ‘인맥 축구’ 논란에 시달리며 힘겹게 인도네시아로 넘어왔다. 황의조는 조별리그 첫 경기 바레인전부터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김 감독의 마음의 짐을 덜었다. 하지만 한국이 약체로 평가된 말레이시아에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또 다른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16강에서 이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 등 우승후보들을 상대해야 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황의조가 다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위기의 팀을 구하자 김 감독은 그동안의 힘겨운 과정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뚝심으로 버텨왔으나 그만큼 걸어온 길이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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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베트남을 맡은 박 감독은 달랐다. 베트남 전 국민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으며 4강까지 올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사령탑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를 연상케 할 정도로 베트남에선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는 등 조 1위를 차지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강에서 바레인, 8강에서 시리아를 차례로 무너뜨리며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박 감독은 이미 베트남 축구를 바꿔놓은 ‘국민 영웅’이다.
김 감독과 박 감독은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선 사령탑을 지낸 이력이 같지만, 연령별 대표팀 경험에선 박 감독이 잔뼈가 굵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지만, 박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4강까지 올라 이란에 석패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두 감독의 맞대결에서는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이 더 부담스럽다. 한국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손흥민(토트넘)의 병역 혜택 문제까지 엮여 있어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 반면 이미 베트남 축구 역사를 바꾼 박 감독은 결승 진출이 좌절되더라도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박 감독은 누구보다 한국 대표팀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 전력 분석에 따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돼 유리하다.
한편 한국과 베트남의 4강전 승자는 일본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준결승전 승자와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일본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었고, UAE는 북한과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서민교 기자 mi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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