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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기자회견 전문] 벤투 감독 출사표 “세대교체 통해 압도하는 축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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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파울루 벤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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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49ㆍ포르투갈)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향후 4년간 달라질 한국 축구의 변화의 흐름에 대해 힌트를 내놓았다.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해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어떤 상대와 만나도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지배하고, 많은 골을 넣는 축구를 보여주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벤투 감독은 23일 고양시 엠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아시안컵 우승과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두 가지 당면 과제에 대해 선수들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준비해 나갈 것”이라면서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면서 4년 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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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가운데)와 코치 4명이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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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신태용 전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며, 오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여 동안 대표팀을 이끈다. 함께 입국한 4명의 코치에 한국인 지도자 세 명을 더해 총 8명의 코칭스태프를 구성할 예정이다.

다음달 7일과 11일 열리는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코스타리카전, 칠레전)을 앞두고 오는 27일 1기 대표팀 명단을 공개할 예정인 그는 “이번엔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나선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K리그 경기장을 돌며 열심히 관찰해 눈에 띄는 선수도 엔트리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첫 소집에 합류할 것이라는 깜짝 뉴스도 공개했다. “감독으로 부임한 뒤 기성용, 구자철 등과 전화통화하며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밝힌 그는 “두 선수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대표팀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자철은 현재 대표팀에 소집할 만한 몸 상태가 아니지만, 컨디션을 회복하는대로 부를 것”이라 덧붙여 10월 이후 차출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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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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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와 관련해 고민하던 기성용과 구자철에 대해 향후 대표팀 소집 계획을 언급한 만큼, 두 선수의 대표팀 은퇴 시점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벤투 감독은 “감독직을 수락한 뒤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비롯해 한국 경기 영상을 꾸준히 봤다”면서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지난 36년간 9번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을 정도로 실력이 있고, 축구팬들의 기대도 높다. 내가 이 팀을 월드컵에서 더 큰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축구대표팀 부임은) 4년 간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보겠다”고 덧붙였다.

추구하는 경기 스타일에 대해 “공격적으로는 볼을 점유하고, 흐름을 지배하고, 최대한 많은 골을 넣는 경기를 추구하겠다. 수비적으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강도로 상대를 막을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설명한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한 발 먼저 움직이면서 위기 상황을 줄이고, 공격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90분간 쉬지 않고 뛰면서 우리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27일 1기 소집 명단을 발표한 뒤 다음달 A매치 2연전 대비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고양=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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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가운데)과 외국인 코치 네 명이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모으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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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 기자회견 전문]

-한국축구대표팀을 선택한 배경은.

“나와 우리 코칭스태프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믿고 맡겨 준 대한축구협회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첫 미팅에서부터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명해 준 김판곤 대표팀감독선임위원장에게도 감사한다.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가 내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시안컵 우승’과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대해 훌륭한 한국의 선수들과 함께 이뤄가겠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두 가지 목표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를 한층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겠다.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겠다. 며칠 뒤 우리는 두 번의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소집을 통해 선수들을 자세히 관찰할 생각이며, 개개인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소집에는 월드컵에서 뛴 선수들이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모두의 참여를 통해 전문성과 야망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길 바란다.”

-평소 한국 축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2002년에 직접 대결하기도 했는데.

“K리그와 한국 축구를 잘 알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직을 수락한 뒤 한국 경기 영상을 꾸준히 봤다. 그리고 어제(22일) K리그 경기를 관전했다. 한 경기만으로 K리그를 모두 알기는 부족하지만, 한국 축구의 수준이 높다고 느꼈다. 어제 직접 지켜본 K리그의 강도나 경쟁심을 봤을 때,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2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늘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2002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역사적인 시기였고, 좋은 경험이 됐다. 한국인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10명의 대표팀 감독이 거쳐갔고, 평균 재임기간은 1년 반 정도에 불과하다. 인내심이 부족한 한국 축구계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갈까.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지난 36년간 9번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9차례의 월드컵에 참가하면서 2002년과 2010년 두 번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모두가 기대가 높고, 믿음이 있다. 그만큼 수준이 있다는 이야기다. 내가 이 팀을 월드컵에서 성공으로 이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10년 동안 여러 명의 감독이 거쳐갔는데, 근래 들어 결과만을 따지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가 장기 프로젝트이며,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용 구자철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 선수의 거취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기성용 선수와 구자철 선수는 대표팀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라 생각한다. 아직 결정을 내리진 않았지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선수들과 대화를 계속할 생각이다. 기성용은 이번에 대표팀에 합류한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기성용의 합류가 중요하다. 구자철은 대표팀에 소집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 구자철에겐 다음 번에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4년을 더 가야하고, 이 두 선수는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K리그 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는.

“아직 한 경기만 봤을 뿐이라는 점을 먼저 설명해야할 것 같다. 대표팀에 비해 K리그의 경기 강도가 다소 떨어졌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대표팀을 통해 K리그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 때문에 K리그 일정이 순연된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유들이 어제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한 경기를 가지고 인상적인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표팀은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 응원으로 힘을 실어주시길 기대한다.”

-한국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밀집수비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

“키르기스스탄과의 아시안게임 경기를 봤다. 16강에 오르기 위해 합당한 결과였지만 더 많은 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에서도 우리를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을 활용하는 팀들이 많을텐데, 해결책을 찾아보겠다. 앞으로 6차례의 A매치가 남아 있는데, 그 사이에 스타일과 정체성을 만들고, 그 이후에 우리에게 정확한 전술을 만들겠다.”

-축구 철학은.

“모든 지도자마다 각자의 스타일과 철학이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우리 팀의 정체성을 찾겠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고 최대한 많은 골을 넣는 경기를 추구하겠다. 수비적으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강도로 상대를 막을지에 대해 고민하겠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먼저 시발점을 갖고, 위기 상황을 줄이면서 공격적인 흐름을 유지하도록 하겠다. 90분간 쉬지 않고 뛰면서 우리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

-이번 대표팀 선수 선발의 기준은.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주 멤버가 되겠지만,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한 선수들도 일부 합류할 예정이다. 이번 소집 명단은 모든 선수들을 다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소집 명단을 준비할 예정이다. 해당 선수가 가진 경기력과 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고르게 평가하겠다. 대표팀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선발될 것이다. 소속팀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든 언제든 대표팀 명단에서 교체될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을 거치는 동안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했는데.

“나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를 존중한다. 내 선수와 스태프 뿐만 아니라 미디어에 대해서도 존중한다. 나는 선발하고, 결정하는 역할이다. 모든 감독들은 언론에 항상 노출될 수 밖에 없고, 나는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성실히 답을 할 책임이 있다.”

-포르투갈 감독 시절부터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했다. 17세 이강인(발렌시아) 등 어린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할 생각이 있나.

“이번 프로젝트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4년 간 월드컵 예선을 통과해야하고,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는 시간이 많다. 우리의 목표 중에는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축구협회 유소년 정책에도 상당부분 역할이 필요하다. 유능한 선수, 좋은 선수가 있다면 나이를 상관하지 않고 정보를 최대한 모을 것이다.”

-한국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A매치를 했는데, 한국 생활에 대해 기대되는 부분은.

“2002년에는 훈련하고 경기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호텔에만 계속 머물렀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국에 대해 찬찬히 알아보고 싶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 며칠 되지 않았지만, 내 주변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들의 경쟁력이 뛰어나 기대된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발전한 점 또는 퇴보한 점이 있다면. 코칭스태프 각각의 전문성에 대해 소개한다면.

“2002년과 지금을 비교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축구계에서 10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할 수 있다. 2002년에는 한국 축구의 압박 강도가 매우 높았다. 성격이나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강도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코칭스태프 4명은 향후 4년간 모든 것을 함께 할 것이다. 골키퍼 코치 비토르, 피지컬 코치 페드로, 필드 코치 세르지우와 필리페가 나를 돕는다. 세르지우는 공격, 필레페는 수비를 책임진다. 나 또한 역할이 있다.”

-충칭 감독 시절에 아시아 축구에 대해 어떤 것을 배웠나.

“중국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팀을 이끄는 환경이 많이 달랐고 힘들었다. 한국에 와보니 환경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었다. 구단에서 나에게 정해준 목표는 1부리그 잔류였다. 내가 이끌던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강등권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충칭은 얼마든지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 대표팀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게 목표인가.

“한국의 축구 수준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4년 뒤 목표를 지금 이야기하긴 이르다. 월드컵 당시에는 충칭을 이끌고 있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조직적이고 역습에 능한 팀이었다. 특정 시점에서는 훌륭한 수비 조직력도 보여줬다. 볼을 잃었을 때 빠른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매일 최선을 다 하겠다. 기대해도 좋다. 전문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고, 목표를 향해 열정과 야망을 가지고 도전하겠다. 모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 싶다. 매 경기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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