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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꺼지지 않는 장하성·김동연 불화…문 대통령 “완벽 팀워크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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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직 걸고 임하라” 고강도 메시지 왜?

최저임금 인상 영향 갈등 이어

고용 악화 놓고 또다시 시각차

문 대통령 ‘옐로카드’ 꺼내 진화

투톱 평행선에 정책 혼선 우려

청, 해법 없어 진퇴양난 모양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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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경제팀에 ‘완벽한 팀워크’를 주문하며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불거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잇따른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어서 향후 경제정책 주도권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직을 걸고 임하라’는 언급은 반복되는 ‘경제 투톱’의 갈등에 문 대통령이 옐로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고용위기의 해법과 관련해 엇갈린 의중을 드러냈다. 장 실장은 “(정부 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이어 장 실장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조선업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자동차산업도 회복세”라며 올해 연말에는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김 부총리는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의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한 경우엔 관계 부처, 당과 협의해 개선 또는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며 최근 고용여건에 대한 위기의식을 좀더 드러냈다. 장 실장이 앞으로 경제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데 견줘, 김 부총리는 경기 상황에 따라 정책 수정이나 보완을 모색할 수 있다는 포석을 미리 깔아둔 것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 간 갈등의 기저에는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 차가 깔려 있다. 이는 앞서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두고 첨예하게 드러났다. 올해 1분기에 저소득 가구의 가계소득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자,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진단하며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상승을 이끄는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켰다. 이런 갈등은 5월말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기점으로 극에 달했고 결국 당시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바 있다. 이후 두 사람은 조찬회동을 격주에 한번씩 정례적으로 열기로 했지만, 첫 모임 이후로는 회동이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국외 출장 등 일정상 문제를 들고 있지만 반복되는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진입하고 고용부진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불협화음은 더 잦아지는 모양새다. 정부로선 단기적으로 정책 성과를 챙기기 쉽지 않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당장 가라앉는 경기를 띄우기 위한 단기 부양책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두 사람이 충돌할 지점이 많아진 것이다. 청와대는 경기지표가 악화할수록 경제관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고, 관료들은 대기업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촉진 등 과거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경제 투톱’의 갈등은 경제팀 정책 혼선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제팀 갈등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데도 마땅한 해법 없이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는 사이에 김 부총리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한다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고,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는 상황이어서 청와대가 외통수에 몰린 형국”이라고 해석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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