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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공정위, 세월호 직후 ‘퇴직자 재취업 규제’ 강화에 조직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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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 소비자원이 취업제한 대상 선정 안되도록 적극 노력”

유동수 의원, 문건 입수…실제 소비자원 등 잇단 취업 드러나

김상조 취임 뒤에도 ‘비리 전력자’ 요직 기용…인적청산 실패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의 퇴직자 재취업 제한 규제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정황이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정위 퇴직자들이 이익단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가 지난해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대기업과의 유착을 근절하지 못한 것은 과거 비리 전력이 있는 인사를 요직에 기용하는 등 인적 청산에 실패하고 조직적 비리를 덮어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세월호 담화 관련 기관운영 영향 검토’ 문건을 보면 공정위가 세월호 참사 직후 강화된 공직자 재취업 규제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대목이 드러나 있다. 당시 정부는 안전감독, 인허가, 조달 업무 관련 유관단체에 퇴직공무원 취업금지, 취업제한 대상 기관 확대(3배), 취업제한 기간 연장(2년→3년) 등 이른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대책을 내놨다.

문건에는 공정위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취업제한 대상 기관으로 선정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대목이 들어 있다. 공정위는 “‘안전’은 인명에 위해를 주는 구조물 등에 대한 것을 의미하므로 소비자 피해 예방이 주된 업무인 소비자원과는 직접 관련성이 적다”며 “소비자원이 취업제한 대상 기관으로 선정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공정경쟁연합회에 대해서도 “민간단체이고 분쟁조정 등 일부 업무를 위탁한 단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취업제한 대상 기관으로 선정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공정위는 문건에서 4개 공제조합(직접판매·특수판매·한국상조·상조보증)은 “조합 설립·정관 변경 등에 대한 인가·회계 감사 등의 권한이 있어 대상 기관 선정 제외를 위한 논거가 약하다”고 진단했다. 공정위가 외부 경력 채용자들에게 자리를 빼앗길까봐 우려하며 ‘조직 이기주의’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도 있다. 문건을 보면 “심판관리관, 기획조정관은 개방 공모형으로 모집하는데 심판관리관은 외부 전문가를 임용할 예정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향후 내부 공무원 임용이 곤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쓰여 있다. 공정위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공정위 조직 특성상 고시 출신들이 똘똘 뭉쳐서 외부인을 배척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문건에 적은 대응방안이 효과를 발휘한 정황도 있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소비자원(2016년 1월), 공정거래연합회(2016년 3월), 상조공제조합(2017년 1월·2018년 1월), 특수판매공제조합(2017년 1월)에 공정위 퇴직자들이 연이어 취업했다.

공정위와 대기업 간 유착, 퇴직자 재취업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김 위원장이 퇴직자 재취업 관행을 보고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과거 비리 전력이 있는 1급 인사를 요직인 사무처장(1급)에 기용하는 등 인적 청산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퇴직자 재취업 관행 보고를 받았지만 향후 재발방지 조치만 했을 뿐, 과거 관행을 따로 조사하거나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선임된 ㄱ사무처장은 과거 대기업에서 가전제품을 받아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2012년 12월 초 세종으로 이사 오면서 한 대형백화점으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32인치 텔레비전과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을 받아서 문제가 됐다. 2013년 7월 뒤늦게 가전제품을 받은 사실이 불거지면서 돌려줬고, 중앙징계위원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 처분만 받았다. 당시 백화점 측에서 제공한 가전제품을 비치한 세종시의 한 집에서 함께 거주했던 공정위 고위 간부 2명은 현재 각각 1급, 2급으로 재직 중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현물을 제공받고도 고위 간부로 승진하고 계속 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느 직원이 대기업과의 유착을 두려워하겠는가”며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인적쇄신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작업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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