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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남쪽 이산가족 오늘 금강산으로 ‘65년만의 상봉’ 앞 잠 못 이룬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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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박3일 11시간 그리운 혈육 만나

전쟁 때 헤어진 89살 유관식씨

“딸 기적같이 살아 있더라” 설레



전쟁이 났다. 어머니와 부인을 고향에 남겨둔 채 피난을 떠났다. “어머니, 1주일만 갔다 올게요. 걱정 마세요.” 68년이 지난 2018년, 이산가족 상봉 생사확인 회보서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딸, 유연옥, 67살.” 갓 결혼한 부인 뱃속에 딸이 들어서 있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20일 금강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처음으로 딸과 마주할 유관식(89)씨 이야기다. “이름도 모르는 내 딸이 살아 있더라. 정말 기적이에요. 여태까지 내 생에 제일 기뻐요.” 유씨는 여행가방에 영양갱과 비타민, 내복, 화장품 등 처음 만나는 딸에게 줄 선물을 가득 챙겨 왔다.

20~22일 금강산에서 열릴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에 참여하는 남쪽 이산가족 방문단(89명)과 동행 가족들이 19일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 도착해 등록을 마쳤다. 속초에서 방북 교육과 건강 점검을 받고 하룻밤을 보냈다. 20일 오전 금강산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번 행사를 통해 북쪽에 떨어져 있는 가족을 만나는 남쪽 가족은 534명(1차 197명, 2차 337명)이다. 2차 행사는 24~26일 열린다.

가족들은 설레고 흥분된 표정이었다. 대부분 대형 여행가방에 선물을 바리바리 챙겨 왔다. 국내외에서 몰린 취재진은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200여명과 고령의 이산가족을 돌볼 의료진이 대기 중이었다. 한켠에서는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액자에 끼워주는 행사도 진행됐다. 남쪽 가족들은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북쪽 가족에게 건네줄 사진을 찍으려 길게 줄을 섰다.

“원래는 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나보다 먼저 갔다는 거예요. 그래도 소식을 들은 게 어딥니까. 손주랑 며느리를 이렇게 볼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1차 상봉 행사에 참여하는 백민준(92)씨는 아들 대신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 이종권(85)씨는 조카를 만날 예정이다. 맏형을 찾아 만나려 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다. “형 자식이니 조카들을 만나는 건 형님 만나는 거랑 같다고 봐야지.” 30여년 동안 매번 상봉 신청에 떨어져 자포자기 심정이었던 김영수(81)씨는 드디어 형과 여동생을 만난다.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할 뿐이죠. 죽기 전에 그냥 한번 만나는 거지.”

남북의 이산가족은 이번 행사에서 단체상봉 2차례, 개별상봉 1차례, 작별상봉 1차례를 비롯해 점심(2차례), 저녁(1차례)을 함께 먹는다. 모두 11시간으로, 직전 행사인 2015년보다 1시간이 늘었다. 남북 협의에 따라 상봉 둘째 날 개별상봉에 이어 가족끼리 객실에서 오붓하게 점심식사(1시간)를 할 수 있게 됐다.

공동취재단,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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