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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논란 소지 큰 정책 뉴스 금요일 집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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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국민연금 개선안 등 / 정부 비판 여론 예상되는 사안 / 주목도 낮은 주말 앞두고 발표 / 신문 토요일자 줄자 더 심해져 / 홍보 필요한 뉴스 월요일 공표 / 알권리硏 “부적절 행태” 지적

금요일인 지난 17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대학입시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국민연금은 수령자와 납부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 정책 향방에 따라 비판 여론이 거셀 수 있는 사안이다. 실제 입시 개편안을 두고 “변화 없는 원점 개편안”이란 비판이 불거졌다. 연금 개선안은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안”이란 반발이 터져나왔다. 같은 날 통계청은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5000명이란 고용 동향을 발표했다. 8년6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정부가 자기네한테 불리한 사안을 일부러 금요일 몰아 발표하는 게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주말을 앞두고 뉴스 주목도가 떨어지는 금요일에 뉴스를 쏟아냄으로써 논란이나 비판의 소지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일종의 꼼수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금요일 뉴스 쏟아내기’(Friday news dump)라고 부른다. 문재인정부 들어 주 52시간 근로 시행의 영향으로 신문사들이 토요일자를 없애거나 면을 줄이면서 이 경향은 더 심해졌다.

세계일보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 자료에 따르면 종이신문 열독시간은 평일 평균 5.7분인 데 반해 주말은 평균 3분에 그쳤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한 시간도 평일 평균 9.1분, 주말 평균 6.1분이었다. 총 5010명의 설문 대상 상당수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평일 평균 19.4분 동안 뉴스를 봤지만 주말에는 평균 16.4분간만 뉴스를 열독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주말 뉴스는 주목도가 평일보다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정부의 금요일 뉴스 발표는 올 들어 갈수록 늘어 최근 한 달 새만 벌써 여러 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금요일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차주들에게 안전 확보 시까지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날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결과를 공표했다. 아무런 알맹이가 없어 “20억원의 비용만 들이고 결국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유지하는 선에 그쳤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이와 달리 적극 홍보가 필요한 뉴스는 일요일이나 월요일 공표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의 주요 ‘이슈’로 만들려는 의도다. 지난 12일 일요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지급 수령 개시 연령을 68세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적 없다”고 긴급 입장문을 내놓았다. 국민연금 개편안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

지난달 30일 월요일에는 ‘2018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향후 5년간 서민층과 중산층은 2조8254억원, 중소기업은 3786억여원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내용이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금요일 뉴스 쏟아내기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현 정부 들어 중요한 발표를 금요일 오후 4시에 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국민 관심이 집중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적절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 발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오래전에 지정한 날짜에 하는 게 좋다”며 “언론 노출을 일부러 회피, 정보가 부정확하게 전달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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