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들은 이제 시간과의 처연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도 애타게 찾던 직계 가족이 세상을 등져 생면부지의 혈육을 만날 수밖에 없는 상봉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끝이 없다. “6개월 전에만 상봉이 있었어도 만났을 텐데…” 가슴을 후벼 팔 그 회한의 깊이를 헤아릴 길이 없다. 이번에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9명의 남측 가족이 상봉을 포기했다. 65년 만의 혈육 상봉을 건강 때문에 포기할 만큼, 이산가족의 고령화는 심각하다. 통일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13만2000여명 중 5만6000여명만 생존해 있다. 생존자 중 90세 이상이 21%, 80세 이상이 63%를 차지한다. 매년 4000명 정도가 이산의 통한을 품고 세상을 뜨고 있다. 전쟁과 이념의 폭력으로 생이별한 살붙이를 보고 싶은 비원을 품은 채 끝내 눈을 감고 있는 이 무참한 현실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협상의 부속물로 다뤄질 사안이 아니다. 인륜의 차원에서 최우선해 다뤄야 할 과제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이벤트 꼴로 마련되는 상봉 행사로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에 턱없다. 1년에 한 차례 상봉 행사에 100명씩 만난다고 할 때 수백년이 걸릴 판이다.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 남북 당국의 의지만 수반되면 어렵지 않을, 전면적인 생사확인부터 속히 이뤄져야 한다. 생사확인을 토대로 상봉의 상례화는 물론이고 서신교환, 고향방문 등을 정례화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과거에 실시한 적이 있는 화상상봉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실무협상으로는 한계가 있다. 9월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65년 응어리진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전향적 접근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 남북 정상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이산가족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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