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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세계의 창] 미국은 금융위기 직전이 아니다 / 딘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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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주택시장 거품과 그로 인한 금융위기 발발 전, 주요 언론들은 거품과 그것이 경제 전반에 지니는 위험에 대한 경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요즘은 그런 경고에 관심이 큰 것 같다. 불행히도, 그런 경고와 관련해 언론들은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기 전 상황에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금융 분야의 책과 글로 유명한 윌리엄 코핸의 글을 실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가 몇 년간 매우 이례적일 정도로 낮은 금리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했다. 코핸은 저금리가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뒷받침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금융위기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펴왔다. 금리가 오르면 많은 채무자가 상환 불능에 빠져 2008년 같은 금융위기에 다시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코핸의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그는 현재 발행된 채권들의 가치가 41조달러로, 30조달러인 주식시장보다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41조달러 규모라는 채권 전부가 그가 초점을 맞추는 회사채는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 발행 채권만 17조달러어치다. 주택시장을 뒷받침하는 정부 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가 6조7천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비금융 기업들 채권은 6조2천억달러어치에 불과하다.

이것도 상당한 규모이기는 하나, 채무 상환 부담으로 따지자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다. 2017년 이자 비용은 세후 이익의 23.1%를 차지했는데, 부채 위기 때가 아닌 1990년대 말에도 그 비율은 25% 이상이었다. 더구나 감세로 올해 세후 이익은 크게 늘어 그 부담은 더 줄 것이다.

회사들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때를 생각해보자. 우선 현금을 확보하려고 주식을 더 발행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도 그렇고, 주식시장이 15~20% 하락해도 대부분 회사가 그렇게 할 것이다. 채무 상환과 주식 발행이 불가능해도 채권 가치가 제로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 빠져도 대부분 자산을 팔아 70~80%는 갚을 수 있다.

회사채의 25%가 상환 불능에 빠지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정해보자. 1조6천억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채무가 상환 불능 상태가 된다. 다시 그런 채권들의 손실률이 25%라고 가정하면 채권자들의 전체 손실은 4천억달러에 못 미친다. 20조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에서 2% 수준이다. 불행한 투자자들이 생기겠지만, 이 정도로는 금융위기가 촉발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위기는 다른 무엇보다 주택 거품 붕괴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금융위기는 그다음이었다. 더구나 금융위기는 막대한 차입에 의해 형성된 주택 가격 붕괴의 직접적 결과다.

미국에서 보통 때도 집을 살 때는 계약금으로 10~20%를 주는 게 일반적이다. 나머지 80~90%는 빌린다는 뜻이다. 거품 시기에는 아예 계약금 없이, 또는 매우 적은 계약금으로 사는 일이 흔했다. 많은 경우에 구매자들은 집의 가치보다 많이 빌렸다. 집값이 40~50% 떨어지니까 담보대출은 거의 가치가 없어져버렸다. 그 경우 대출 손실률은 70% 이상이었다.

2008년 거품 붕괴로 인한 실수요 상실은 위기의 금융적 측면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주택 건설 비중은 4%포인트 감소했다. 지금 수준으로 보면 8천억달러가 날아갔다. 거대한 거품의 시기에 정상 때보다 2%포인트 만큼 주택을 더 짓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정상보다 2%포인트만큼 덜 짓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 가격 상승은 자산효과로 소비 붐을 이끌고,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3.0%를 겨우 넘는 기록적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품이 만든 부가 사라지자, 그게 부추긴 소비도 사라졌다. 2010년에는 2%포인트가량의 수요 감소 대가로 저축률이 지금과 거의 비슷한 6.0%까지 회복됐다. 국내총생산에서 수요 감소분은 6%, 금액으로는 1조2천억달러에 이른다.

경제 분야 종사자들과 언론은 2008년 위기에 대한 경고를 놓쳤다. 그들은 10년이 지나도 실마리를 못 잡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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