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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전세계 원전 느는데…한국만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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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자력협회 보고서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와 발전량이 지난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던 정부 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19일 세계원자력협회(WNA)가 발간한 '2018년 세계 원자력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전년보다 2GW 늘어난 392GW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전년보다 29TWh(1.2%) 증가한 2506TWh로 집계됐다. 발전설비 용량은 4년 연속, 전기 생산량은 6년 연속 증가 추세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가능 원전은 총 448기다. 건설 중인 원전은 59기로 나타났다. 4기가 새로 건설을 시작하고, 2기가 건설 중단된 가운데 4기가 준공되면서 건설 중인 원전이 전년 대비 2기 줄었다. 건설 중인 원전을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40기로 가장 많았다. 동유럽·러시아 11기, 서·중유럽 4기, 북미 2기, 남미 2기 등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8기로 가장 많았고, 인도가 7기로 뒤를 이었다. 정부는 탈원전 선언을 하면서 원전은 개발도상국에서나 건설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탈원전이 대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당초 4기에서 2기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현재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이고, 영국은 한국전력의 수주가 유력한 무어사이드 원전을 비롯해 2030년까지 원전 16기를 지을 예정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한 일본은 2016년 말 3기에 불과했던 가동 원전이 지난 6월 말 9기로 늘어났으며 19기가 재가동을 신청한 상태다. 원전 수출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러시아는 방글라데시·중국·벨라루스·헝가리·인도·이란·터키 등 9개 나라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도 작년 5월 아르헨티나에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파키스탄에 1기를 짓기로 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원전 수출 경쟁력에 대해 "아랍에리미트(UAE)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 원전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탈원전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강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원전 1기 수출은 자동차 100만대 수출과 맞먹을 정도로 경제적 효과가 크다"며 "현재 한국 원전이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앞으로 탈원전이 본격 진행되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988년 이후 전 세계 원전은 440여 기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그러나 원전 설비용량이 4년 연속, 전기 생산량이 6년 연속 증가세에 있는 것을 보면 '탈원전이 추세'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탈원전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정부 주장은 맞지 않는다"며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원전을 확대 또는 축소·폐지하는 것으로, 원전은 여전히 선진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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