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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전국 편의점 1만3천개의 눈으로 실종아동 찾는데 큰 힘 보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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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18일 전북 익산 소재 CU편의점에 "아빠를 잃어버렸다"며 울먹이는 다섯 살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편의점에 근무하던 스태프 김효선 씨는 아이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일단 아이를 진정시켰다. 편의점 미아신고 시스템을 떠올린 김씨는 결제단말기(POS)에 있는 버튼을 눌렀고, 5분 만에 경찰관이 출동했다. 아이를 찾아 헤매던 보호자도 바로 뒤따라와 아이와 상봉했다. 경찰관이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의점에 들른 것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5월 '미아찾기 시스템(아이 CU)'을 도입했다. 매장에서 미아를 발견했을 때 결제단말기에 아이 인상착의 등을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경찰과 전국 CU 매장에 공유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지 두 달 만에 전국에서 어린이와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17명이 보호자 품으로 돌아갔다.

이 시스템을 만든 BGF리테일 사회공헌팀 최민건 과장(38·사진)은 "아이나 노인을 잃어버린 보호자에게는 일분일초가 다급하다"며 "'전국에 편의점 없는 시·군·구가 없으니 우리가 1만3000개의 눈이 되어 찾아주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매출액 일부를 기부하거나 재난 피해를 입은 곳에 물품을 기부하는 일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는 방향이 다르다. 최 과장은 "사회공헌활동을 찾다 보니 생각보다 실종신고 건수가 많았다"며 "편의점을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초에는 길을 잃은 아이가 대상이었지만 의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지적장애인 여성이 서울 관악구 CU 매장을 찾았다가 집을 기억하지 못하자 편의점주가 아이 CU 시스템을 이용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최씨는 "편의점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익산 미아 찾는 동영상을 보고 그 아이가 내 아이 같아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그도 네 살 딸아이를 뒀다. 최씨는 "아이와 치매노인을 찾아주는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하니 점주나 스태프들도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며 격려해주셨다"며 "매출과 상관없는 가욋일이지만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호평이다. 수화기를 오래 들고 있으면 자동 신고되는 한달음 시스템보다 오신고율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직 초기지만 잘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며 "나중에는 (다른 편의점도 함께 참여해) 편의점이 안전지킴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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