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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가짜뉴스` 확산 빨라져…언론 `팩트 체크` 역할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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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CNH Studio]


미국 CNN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사진)가 지난 18일 한국을 최초 방문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진실을 찾기 위한 언론인의 노력을 강조했다. CNH스튜디오 주최로 18일 오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CNH 포럼 2018'에 참가한 쿠퍼는 '진실을 위한 여정: 오늘날 미디어를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언론이 전달하는 콘텐츠에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언론인 스스로 엄격한 기준과 규칙을 세워 독자와 청중에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쿠퍼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운 언론 환경을 얘기하며 자신도 가짜뉴스에 휩싸였던 경험을 공유했다. 쿠퍼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특파원으로 재난 지역 참상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 당시 아이티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에 굶주린 사람들이 일으킨 폭력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이런 극심한 혼란 속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소년을 현장 기자였던 쿠퍼가 구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쿠퍼는 훗날 이 사진이 총격 속에서 아이를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다는 가짜뉴스에 휩싸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쿠퍼는 왜곡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에 필요한 것으로 사실 확인(팩트 체크)을 위한 언론인의 노력을 꼽았다. 그는 "뉴스를 전달하는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뉴스에 흥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라며 "한 사안에 여러 관점이 존재할 수 있지만 언론인이 전달해야 할 것은 팩트"라고 강조했다.

쿠퍼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을 향해 쏟아내는 막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아무도 믿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진실을 전하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내놓는 사람들을 공격하며 적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그는 어릴 적 겪었던 상실의 경험이 훗날 자신을 재난 현장으로 이끌어 불행을 겪는 사람들 목소리를 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이 자살하며 겪은 슬픔이 현장 기자로 일하는 동력이 됐다"며 "나와 비슷한 상실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며 오히려 그들에게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쿠퍼는 이날 강연 말미에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을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신문과 방송에 관계없이 언론인은 자기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만의 개성과 목소리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쿠퍼는 미얀마, 소말리아, 르완다 등 분쟁 지역을 찾아 다니며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을 해왔다. 철도 재벌 밴더빌트 가문의 외손자인 쿠퍼는 2000억원대 유산 상속을 포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는 CNN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송하는 '앤더슨 쿠퍼 360°' 진행을 맡고 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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