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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 백과사전 125] 브룩스 켑카: 잘 몰랐던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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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켑카는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2년만에 메이저 2승을 쟁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 US오픈을 2연패한 데 이어 PGA챔피언십에서도 타이거 우즈를 제친 미국의 새로운 영웅 브룩스 켑카(28)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2년 만에 메이저 3승은 아무나 달성할 수 있는 성과가 결코 아니다. 켑카는 어떤 선수이고 얼마나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인지 알려지지 않은 모습을 알아본다. 물론 이미 세계 골프랭킹은 2위, 페덱스컵 랭킹도 3위까지 올라 있어 앞으로의 그의 삶은 여론의 주목을 받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뛰어난 성적은 예전 그 어느 때에서부터 기원하고 있다.

얼굴 사고로 골퍼가 됐다

켑카가 골퍼가 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얼굴 때문이다. 열 살 때 그는 베이비시터가 모는 차에 앉았다가 교차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얼굴로 대시보드를 들이받으면서 코와 눈두덩 뼈가 부서졌고, 여름 내내 몸을 접촉하는 운동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켑카는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오키힐리라는 퍼블릭코스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주니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후 골프로 인생을 걸겠다고 작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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켑카는 PGA챔피언십 2라운드에 7언더파 63타를 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분노 조절 장애를 겪었다

켑카는 “늘 누군가에게 뭔가를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다”고 예전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내가 언제라도 넘버원이 될 자격이 있는 열 명 이내라고 생각했다. 티오프를 할 때면 우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게 현실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화가 났다.” 그는 플로리다 주립대 3학년까지 분노 조절 장애로 고민했다. 대학 시절의 트레이 존스 코치는 “브룩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대단한데 어쩌면 그게 그의 가장 큰 강점일지도 모른다. 당시는 자신의 생각만큼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면 좌절감에 휩싸였는데 인내심을 배우고 조급함을 버리자 재능이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포츠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켑카의 조급한 마음의 병이 점차 고쳐졌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는 단단한 멘탈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메이저 코스와 같은 난이도 심한 곳에서 켑카가 유독 차분했던 것은 이때의 치료 경험이 배경에 있을 것 같다.

Q스쿨에 떨어져 유럽으로 갔다

켑카는 미국에서 주니어 스타로 각광받지 못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플로리다 주립대 시절에는 세 차례 전미대표로 선발되었지만 4학년이 되어서야 우승했다. 미국-영국의 아마추어 팀대항전인 워커컵에 선발되지 못하자 프로 데뷔를 했는데 퀄리파잉(Q)스쿨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켑카는 유러피언투어 2부리그 챌린지 투어에서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4승을 거두고 유러피언투어 1부 리그 출전 자격을 얻었다. 2014년 터키항공오픈에서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65타를 쳐서 이안 풀터를 1타 차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이듬해 2월 2015년에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에서 PGA투어로서는 첫 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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켑카는 PGA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선두로 뛰어올랐다.


소박한 취향을 가진 성품을 가졌다

켑카는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하면서도 거기에는 자신의 탓도 있다고 스스로도 인정한다. 요란스럽지 않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으며 오로지 골프에 전념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소박하다. 동료 선수들이 제안하면 자가용 비행기를 얻어 타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반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이다. 물론 최근 2년 사이에 메이저 3승을 거두면서 그가 벌어들인 수입의 차원이 달라진 만큼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

백스핀이 많은 파워 스윙을 한다

켑카는 어떤 선수들 못지않게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강력한 장타를 날릴 수 있는 선수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동작은 오른쪽 어깨가 임팩트 구간을 덮으면서 다른 장타자들에 비해 티 샷에 백스핀을 더 많이 가하는 게 특징이다. 그 덕분에 정확성이 높고 파워넘치는 샷이 나온다. 어프로치 샷에서도 그의 공은 항상 그린에 떨어진 뒤에 백스핀이 걸리곤 했다. 필 미켈슨과 데이비스 러브 3세, 그리고 애덤 스콧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그의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고 비슷한 칭찬을 했다. 우즈의 오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우즈 이후에 우즈를 연상시킨 볼 플라이트를 가진 선수”라고 켑카를 극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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켑카는 마지막날에도 4타를 줄이면서 2타차 우승을 거머쥐었다.


PGA챔피언십 매일 3.95타 이득

지난 PGA챔피언십에서 켑카의 성적은 압도적이었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 2위(324.2야드), 페어웨이 정확성 26위(73.2%), 그린 적중률 18위(75%), 홀당 평균 퍼트 수 6위(1.6타), 버디 이상 스코어 횟수 2위(22번), 보기 이하 스코어 횟수 1위(5번). 그의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는 다른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보다 25야드가 더 길었다. 그의 엄청난 장타는 빠른 클럽 스피드(121.84MPH)에서 나온다. 이 대회에서 둘째날까지 선두를 달렸던 개리 우들랜드(122.68MPH)보다 약간 느린 정도다. 샷링크에 따르면 켑카는 다른 선수들보다 매일 3.95타씩 타수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메이저 석권 역대 4번째다

브룩스 켑카는 2000년 타이거 우즈 이후로 US오픈과 PGA챔피언십을 한 시즌에 모두 석권한 선수로 올라섰다. 이는 역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5명만이 기록했던 성적이다. 진 사라센은 1922년, 벤 호건은 1948년, 잭니클라우스는 1980년, 우즈는 2000년에 기록했다. 물론 이중에 진 사라센의 기록은 생략해야 한다. 1922년 당시의 4대 메이저는 US아마선수권과 브리티시아마선수권 US오픈, 디오픈의 4개였다. 호건, 니클라우스, 우즈와 같은 선수들이 한 시즌 2승을 거둔 해는 다들 그들의 전성기였다. 그렇다면 켑카는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것일까? 아직 그는 젊고 골프팬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더 많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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