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진전과 비핵화, 국내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을 특히 강조했다.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 오히려 남북 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운전자’ 역할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면서도 본격적인 경제협력의 전제조건이라고 스스로 밝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전략과 비전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경협을 강조하다 보니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을 올해 내에 갖는 게 목표”라는 등 북한이 제재의 틈이 벌어질 것이라고 오판할 수 있는 발언들도 했다. 그보다는 철도 연결 등 대북제재와 직결될 수 있는 남북경협의 진전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달렸음을 지적했어야 했다. 남북 관계가 비핵화보다 앞서갈 경우 북한을 견인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미국과의 엇박자도 고려했어야 한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논의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추진 움직임 등으로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미가 종전선언과 비핵화 초기 조치의 맞교환 등을 통해 교착상태를 푼다 해도 앞으로 단계마다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내고 국제공조를 흩뜨리려는 북한의 전략으로 인해 또 다른 난제들이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듣고 싶은 건 막연하고 이상론적인 선순환 논리가 아니라 지난(至難)할 수밖에 없는 비핵화 여정에서 대통령이 어떤 원칙과 전략을 갖고 있느냐다. 문 대통령은 어제 “서해는 군사위협이 사라진 평화의 바다로 바뀌고 공동번영 바다로 나아가고 있으며…”라며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 간의 화해 논의는 비핵화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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