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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설정 총무원장, 즉각 사퇴 거부 “12월31일 퇴진”…조계종 다시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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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까지 사퇴 약속 뒤집고 “의혹 악의적 조작” 비난하면서 “새 혁신위 꾸며 종단 개혁” 밝혀

16일 중앙종회가 분수령 될 듯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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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했다. ‘16일까지 퇴진하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연말까지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설정 스님은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직접 읽으며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진실을)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설정 스님에 대한 주요 의혹들은 지난해 선거과정부터 터져나왔다.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은 본인이 인정한 뒤 사과했지만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숨겨둔 부인과 자녀(은처자)가 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설정 스님은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자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일에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인 성우 스님을 만나 “16일 이전에 용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설정 스님은 사퇴 유보 이유로 개혁을 내세웠다.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이 위원회가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되도록 하겠다”며 “종단 원로 스님과 개혁 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지속적으로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종단 내부 세력’에도 각을 세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설정 스님은 사퇴 기한을 연말로 못 박은 이유에 관해서는 “나는 종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스님과 불교단체들이 많은 주장을 했는데, 그분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불교 개혁으로 엮어내려고 한다”고 답했다.

설정 스님이 즉각적인 사퇴는 거부했지만 정상적으로 총무원장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설정 스님은 지난 9일 성문 스님을 새 총무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했지만, 성문 스님은 하루 만인 10일 사퇴했다. 13일에는 현고 스님을 총무부장으로 다시 임명하려 했지만 이마저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열리는 중앙종회에서 설정 스님에 대한 총무원장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설정 스님의 선택과 상관없이 조계종은 더 큰 혼돈으로 갈 수밖에 없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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