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인터뷰]채이배 "삼성에 투자·고용 요청? 구시대 관료적 사고방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권한대행 인터뷰
"文 경제정책, 순서부터 잘못돼…공정경제가 더 멀리가야" 비판
최저임금 보완책 '자영업자 중심의 EITC' 제안
아시아경제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권한대행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유제훈 기자]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던 청와대와 정부가 혁신성장, 즉 규제완화를 말하기 시작한 것을 '우클릭'으로 보면 안돼요. 오히려 재벌들 만나 투자ㆍ고용을 얘기하는 것이 '우클릭'이죠. 그건 기업이 알아서 하는거예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구요."

바른미래당의 '정책ㆍ경제통'으로 꼽히는 채이배 정책위의장 권한대행은 1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옛날 관료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서 "일자리가 늘면 춤이라도 추겠다"고 에둘러 요청했고 삼성은 이틀 뒤 '130조원 투자ㆍ4만명 고용' 계획을 내놨다.

이를 두고 채 권한대행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김 부총리도 시장을 중시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굉장히 관치스러운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3축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채 권한대행은 "공정경제가 더 멀리 가야하고 소득주도성장이 두번째, 혁신성장은 별도로 갈 수있는 만큼 가야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다"며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낙수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걸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하는데 순서가 바뀌면서 애매한 자영업자만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정부는 자영업자 560만명 중 400만명은 가족경영이라며 최저임금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고 했는데, 통계적으로 사실일지 몰라도 힘든 160만명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처음부터 순서와 속도를 맞추지 않는 탓"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보완대책으로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 역시 "시장논리로도 맞지 않고 복지도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그보단 '자영업자 중심의 근로장려세제(EITC)' 신설을 제안하며 "국회차원 발의를 위해 기재부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선을 넘은 정부 개입이 최저임금 뿐 아니라 벤처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채 권한대행은 "벤처는 자본시장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는 그 역할을 재정이 다하려 한다"며 "정부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으니 재정으로 물꼬를 터주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시장은 정부가 다해서 우리가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아주 나쁜 버릇을 들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대한민국을 지주회사로 만들고 투자회사로 만들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시장에 맡길 부분은 과감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 대신 정부는 시장 역할이 미치지 못하는 실패의 부분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는 시장의 작동을 막고 있는 재정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그 역할을 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채 권한대행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정부도 작은 정부를 추구한 적이 없다"며 "정부가 큰 역할을 하면서 국가경제를 이끌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여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정책위의장 간 합의로 속도를 내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의 남은 쟁점은 지분율과 대규모기업집단 포함 여부다. 이에 대해 채 권한대행은 "(산업자본의 지분한도) 34% 만으로도 경영권 방어는 충분하다"며 "케이뱅크 지분을 갖고 있는 KT의 대마불사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경영권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적용대상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이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있어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카카오가 급성장을 해 딜레마인데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재벌이 예전처럼 은행을 사금고화하고 지배권 유지에 활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수익률이 3%에 불과해 은행에 투자할 유인도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외 기존 시중은행으로 은산분리를 조금씩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채 권한대행은 "우려되는건 은행보다도 다른 금융기관"이라며 "삼성생명과 같이 고객자산으로 운용되는 금융기관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하는 그런 지배구조에 대해선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75년 전북 군산 ▲계산고 ▲고려대 행정학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국민정책연구원 부원장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권한대행 ▲제20대 국회의원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