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산체스 내각 포용적 난민주의도 시험대 오를 듯
파블로 카사도 스페인 국민당 대표. 스페인 국민당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난민 문제에 조용한 스페인에서 난민 이슈가 정치 쟁점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출범한 페드로 산체스 내각의 포용적 난민정책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언론에 따르면 파블로 카사도 국민당(PP) 대표는 지난 주말 “유럽을 찾아오는 수백만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스페인이 모두 흡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 해도 (난민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스페인 정부가 최근 이탈리아와 몰타가 거부한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와 오픈 암스호를 받아들이는 등 포용적 난민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스페인 정치권에서 금기시되던 난민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지난달 라호이 총리가 불신임 받아 물러날 때까지 7년 간 정권을 잡았던 국민당은 우파 정당이지만 의식적으로 난민 이슈를 부각시키지 않았다. 라호이 총리는 건강보험제도에 난민 편입을 제한하는 것 정도 말고는 공개적으로 반 난민 정책을 펴지 않았다. 라호이 총리는 유럽 다른 나라들의 극우파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일부러 피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카사도 대표의 이번 발언이 국민당 노선을 우향우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싱크탱크 테네오연구소의 안토니우 바라소는 “카사도의 행보는 지금까지 국민당을 괴롭혀왔던 카탈루니아 분리독립 문제에서 벗어나, 우파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기 용이한 난민 이슈를 부각시키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유엔난민기구 분석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에 도착한 아프리카 난민은 2만4,000명으로 이미 지난해(2만8,349명) 수준에 이미 육박한다. 이탈리아(1만8,298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스페인에 유입된 난민이 이탈리아나 그리스보다 많은 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페르난도 그란데 말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최근 난민 증가 현상은 일시적이고 예외적”이라며 “완전한 난민 통제가 가능하다”면서 논란 진화에 힘썼다. 난민 포용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 국민들이 전통적으로 난민 이슈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최근 이뤄진 스페인 선관위 여론조사에서 스페인이 당면한 최대과제로 응답자 62.9%가 실업을 꼽은 반면, 난민 문제를 꼽은 응답자는 3.5%에 지나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지난달 취임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46)가 정치적 타격을 받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 사민당(PSOE)를 이끌고 있는 그는 이탈리아가 거부한 난민선 입항 허용, 유로 단일 통화체제 지지 등 유럽통합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