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등 반난민 극우정당 부상
높은 실업률, 난민 탓으로 돌려
오르반 헝가리 총리 |
헝가리 출신 미국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의 이름이 법안에 붙은 건 그가 난민 지원단체를 후원해 왔기 때문이다. 집권당 피데스를 이끄는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이 같은 반난민·이민 정책을 바탕으로 지난 4월 4선에 성공했다.
헝가리는 동유럽 내 반난민 기류가 정당정치로 표출된 대표 사례다. 인접한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역시 극우 민족주의 돌풍이 거세다. 이들은 “이민자들이 우리의 안보와 생활 방식, 기독교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골적으로 반무슬림 인종주의를 선동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2015년 유럽연합(EU)에서 대량난민 유입 사태가 불거진 이래 이들 4개국(비셰그라드 그룹)이 수용한 난민 숫자는 유럽 국가들 중 가장 적은 수백 명 선이다.
이 때문에 실제 난민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우경화를 초래했다기보다 포퓰리즘 세력이 만성적인 실업률 등 경제난 배경을 ‘난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반난민 정서의 확산은 대표적인 난민 포용 국가였던 독일마저 흔들었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무티(mutti, ‘엄마’의 독일어) 리더십하에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난민(2015~2016년 약 100만 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난민을 범죄 및 테러의 진앙으로 지목하는 기류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반난민·반이슬람을 내세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 정당으로 급부상했다.
보수층 이탈을 우려하는 기독사회당은 메르켈의 기독민주당에 대연정 파기를 위협하며 난민 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난민 문제는 오는 10월 기사당의 ‘텃밭’인 바이에른주(州) 선거에서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탈리아에선 지난 3월 총선 결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첫 포퓰리즘 연합정부가 출범했다.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건넌 난민이 주로 도착하는 유럽의 관문 국가다.
2014년 이후 70만여 명의 난민이 밀려들면서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포퓰리즘 정당(동맹당)을 득세시켰다. 이탈리아는 난민이 최초 도착한 EU 국가가 난민을 일차적으로 심사·책임지는 ‘더블린 조약’이 지중해 국가들에 불공평한 부담을 지운다면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확산은 피란길에 오른 중동·아프리카인들을 사지(死地)에 되돌려 보내는 비인도적 결과를 낳고 있다. 이미 EU는 협약을 맺고 터키를 통해 그리스로 불법 입국하는 모든 난민을 터키로 재송환하고 있다.
EU는 터키에 난민 보호 명목의 재정 지원을 하지만 실제로 이 돈은 터키 국경 강화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탈리아 역시 신정부 방침에 따라 국제 NGO의 구조선 정박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최근 한 달 새 네 차례나 난민 수백 명을 실은 선박이 입항하지 못한 채 몰타와 스페인 등으로 밀려났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