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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인공지능이 동물실험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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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인공지능(AI)으로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毒性)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실험보다 정확도가 더 높게 나와 상용화될 경우 신약의 독성 테스트에 동원되는 실험동물의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동물대체시험연구센터의 토머스 하퉁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 컴퓨터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특정 화학물질의 피부 민감도나 눈 자극 정도를 평균 87%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독성과학' 7월 11일 자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AI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전 세계 동물실험의 57%를 차지하는 6가지 주요 독성 시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전 세계 실험에 쓰이는 동물은 한 해 1억 마리가 넘는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실험동물 308만2259마리가 희생됐다.

연구진은 앞서 지난 2016년 네이처지에 "화학물질 9801개의 안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학구조가 비슷한 화학물질은 인체 독성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데이터베이스 규모를 화학물질 1000만 개로 대폭 늘려 독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AI로 같은 독성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할 경우 동일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87%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물실험은 그 확률이 81%로 나와 정확도에서 AI에 뒤졌다. 하퉁 교수는 "AI는 속도도 훨씬 빨라 신약·화장품 개발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동물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물실험을 줄이려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동물실험을 디지털화했다면, 인공 생체 칩은 실험동물 대신 장기 형태로 배양한 인간 세포로 실험을 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수준의 플라스틱 관에 약물이 작용할 장기의 세포들을 넣고 실제 장기처럼 입체 형태로 키우는 방식이다. 사람 장기에 실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독성 여부를 빠르게 알 수 있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에뮬레이트는 지난해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인공 생체 칩으로 식품·의약품·화장품의 독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공식적으로 실험동물 대신 사람의 장기와 같은 형태로 만든 인공 칩을 독성 실험에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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