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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사이언스 샷] '패러글라이딩'하는 거미… 대기 중의 전기장 활용해 공중에 뜨고 바람 타고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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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년 10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바다에 떠있는 비글호에서 이전에 없던 수백 마리의 거미들이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거미들은 해안에서 배까지 100㎞ 가까운 거리를 날아왔음에 틀림이 없었다. 날개도 없는 거미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었을까.

영국 브리스톨대 에리카 몰리 교수 연구진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거미의 비행에 바람과 함께 전기의 힘도 한몫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천에 책받침을 문지르고 머리에 갖다대면 머리카락이 곤두서듯, 대기에서 전기를 띤 입자들이 거미줄을 끌어당겨 거미가 공중에 뜨고 이후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영 브리스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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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교수는 이번에 '패러데이 새장'을 이용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대기는 늘 전기를 띠고 있다. 평소 1m당 120볼트 정도 세기지만 먹구름이 몰려오면 수십 배로 증가한다. 패러데이 새장은 전류가 흐르는 물질이 사방에 그물처럼 둘러싸여 있어 대기 중의 전기를 차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접시거미를 패러데이 새장 안에 넣고 내부에 전류를 흘렸다가 차단하는 실험을 했다. 전류가 흐르자 거미는 다리를 뻗고 배를 공중으로 세운 뒤 거미줄을 공중으로 분사했다〈사진〉. 이내 거미는 거미줄에 매달려 공중으로 올라갔다. 전류를 차단하면 거미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연구진은 거미가 다리에 있는 미세 털로 주변의 전류를 감지해 공중이동 시점을 잡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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