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훈 복지팀 기자 |
9시간 후, 위원장은 서울 구로구의 한 행복주택에 나타났다. 젊은 신혼부부 집에 가서 “결혼하고 여기로 이사 오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열린 청년 주거 대책 발표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는 건 좋은 일이다. 목표한 바대로 청년 주택 공급을 늘리고 낮은 금리로 지원한다고 충분히 알려야 한다. 전 정부의 3배로 지원을 늘리겠다는 약속은 박수 받을 만 했다.
일부 기자들은 이날 오전 기사를 작성하면서 대통령이 위원회에 참석하는 거로 했다가 나중에 고쳤다. 현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니 당연히 대통령이 주재할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대통령이 주재하면서 민간위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 뒤 행복주택을 방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일 서울 구로구 행복주택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신혼부부 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구나 문 대통령이 방문한 행복주택에 사는 신혼부부는 교사 부부였다. 좀 더 여건이 어려운 비정규직 부부를 만나 격려했으면 어땠을까. 인구 절벽이 코앞에 다가왔다. 정부는 ‘올해 출생아 수 32만명, 출산율 1명 아래’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대로라면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된다. 대통령이 더 강한 액션을 보여줘야 국민도, 정부도 믿음을 보낸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위원회에 무조건 참석하고 메시지도 세게 내야 각 부처가 저출산 해소에 열심히 나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 정부가 만든 3차 기본계획을 새로 뜯어고쳐 10월에 중장기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밤을 새워가며 끝장토론이라도 해야 한다. 저출산 기사에는 ‘헬조선을 물려주기 싫어 저출산을 택한다’ ‘인구는 더 줄어야 한다’ 등의 댓글이 항상 따라붙는다. 문 대통령이 10월 회의에서 신혼주택은커녕 결혼조차 꿈꾸지 못하는 청년들의 무력감과 분노에 응답하길 기대해본다.
정종훈 복지팀 기자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