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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F] 내 몸안의 센서 "당신이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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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도하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에는 식사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칼로리도 잘 계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쉽다. 사진에 찍힌 음식의 칼로리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있지만 매번 음식을 촬영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앞으로는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고민할 필요 없이 몸에 부착한 센서에 맡기면 된다. 안경이나 입안에 부착된 센서들은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해 다이어트 성공률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센서는 심지어 환자의 몸 안으로 들어가 약을 제때 먹었는지 알아낼 수도 있다.

얼굴 근육 움직임으로 음식물 감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앨라배마대 전기컴퓨터공학과의 에드워드 사조노프 교수가 하와이에서 열릴 IEEE 의생명공학회 학술대회에서 음식물 섭취와 식습관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안경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안경다리에는 관자놀이와 턱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압전(壓電) 센서 2개와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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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모니터용 안경은 스마트폰 사진으로 칼로리를 계산하는 과정을 자동화했다. 압전 소자는 형태가 바뀌면 전기신호를 발생한다. 사람이 음식을 씹으면 턱과 관자놀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센서가 변형된다. 이로 인해 센서에서 전류가 발생하고 이를 신호로 안경에 달린 초소형 카메라가 작동한다. 이때부터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촬영한다. 스마트폰 앱은 안경에서 이 영상 정보들을 전송받아 칼로리 섭취량을 계산한다. 또 센서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식사 속도와 음식을 씹는 횟수도 계산해 식습관 개선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앞서 미국 UCLA 연구진도 음식을 삼킬 때 목과 가슴에 발생하는 진동을 압전 소자로 측정하는 목걸이형 센서를 개발했다. 음식물이 딱딱한지 아니면 액체인지, 뜨거운지 차가운지를 90% 정확도로 알아냈지만 늘 목에 걸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상용화되지 못했다. 안경형 센서는 기존 안경과 통합할 수 있어 사용자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치아 부착 센서로 소금 섭취량 계산

고혈압 환자도 식이요법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하지만 음식에 들어 있는 소금양을 일일이 계산하기는 어렵다. 이 역시 몸에 붙이는 센서로 해결할 수 있다.

지난 5월 미국 조지아 공대의 한국인 과학자인 여운홍 교수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치아 교정기 형태의 소금(나트륨) 측정 장치를 발표했다. 3명에게 이 장치를 입에 끼고 1주일간 생활하게 했더니 음식에 포함된 나트륨양을 정확하게 측정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여 교수는 "센서를 위생적으로 사용하도록 치아 교정기 형태로 만들었다"며 "앞으로 배터리 대신 원격 충전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미국 터프츠대 피오렌조 오메네토 교수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에 치아에 붙이는 초소형 나트륨 감지 센서를 발표했다. 이 센서는 치아 면적의 6분의 1에 불과한 크기로, 소금뿐 아니라 알코올, 당분도 감지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센서는 고분자 필름이 박막형 안테나 사이에 끼어 있는 형태다. 고분자층은 흡수하는 물질에 따라 불어나는 정도가 다르다. 이에 따라 안테나 사이의 거리도 달라져 전송하는 신호도 바뀐다. 이를 이용해 섭취한 물질의 양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 복용 알려주는 디지털 알약도

음식물 대신 약을 감지하는 센서도 있다. 일본 오츠카제약과 미국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는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조현병 환자가 먹는 약에 센서를 결합시킨 이른바 '디지털 알약'에 대해 처음으로 허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추가 치료 비용이 미국에서만 해마다 1000억 달러(약 11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디지털 알약이 보급되면 이런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칩은 구리·마그네슘·실리콘으로 구성됐다. 모두 식품에 들어 있는 물질이라 몸에 해롭지 않다. 알약이 위로 내려가면 그 안의 칩이 위액과 반응해 전기신호를 발생한다. 몸통이나 팔에 부착한 패치는 이 신호를 받아 약물 복용 시간과 환자의 신체 상태에 대한 정보를 더해 보호자나 의료진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한국오츠카제약은 2021년부터 경기도 화성에 있는 향남공장에서 이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프로테우스가 만든 센서 칩을 공급받아 조현병 치료제 성분과 함께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센서를 장착한 디지털 알약은 198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의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먹는 체온계로 처음 개발했다. 1991년 이 알약으로 실제 저체온증 환자의 체온을 측정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소화기관에서 나는 소리를 감지해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 디지털 알약 개념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미국 이텍트아렉스사는 마약성 진통제가 들어 있는 캡슐 둘레를 센서로 감은 디지털 알약을 개발했다. 마약성 진통제는 남용하면 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복용 횟수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진은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는 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센서가 장착된 알약을 임상시험하고 있다. 연구진은 "응급실에 온 환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83%가 센서가 장착된 약을 복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텍스아렉스는 이르면 내년 마약성 진통제와 에이즈 치료제용으로 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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