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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F] [사이언스 샷] 佛경매서 25억에 낙찰된 거대 육식 공룡 화석… 과학자들은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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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Aguttes




과학계의 반대에도 1억5000만년 된 공룡 화석이 경매에서 25억원에 개인 수집가에게 팔렸다. 몸길이 9m, 키 2.6m의 이 거대한 공룡은 쥐라기에 살았던 육식공룡인 알로사우루스(Allosaurus)와 비슷하지만, 치아나 두개골, 골반이 신종(新種)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해 과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프랑스 경매업체인 아귀트는 지난 4일(현지 시각) 파리 에펠탑 1층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영국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던 육식공룡 화석이 익명의 프랑스 화석 수집가에게 팔렸다고 밝혔다. 경매 도중 일본과 스웨덴 수집가도 180만유로(22억원) 이상을 호가했지만 결국 화석은 200만유로를 부른 프랑스인에게 낙찰됐다.

공룡 화석은 2013~2015년 미국 와이오밍주의 사유지에서 70%가 온전한 상태로 발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사유지에서 발굴한 화석은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척추고생물학회는 지난달 초 아귀트에 경매 중단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당시 데이비드 폴리 학회장은 "개인의 손에 판매된 화석은 과학에서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먼저 개인이 소장한 화석은 연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화석이 신종으로 확인되기까지 수십 년에서 수세기가 걸리기도 하는데 개인 소장품을 그렇게 오랫동안 자유롭게 연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개인 소장 화석은 과학 논문에도 오르지 못한다. 다른 과학자가 논문 내용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물관이나 과학관이 경매에서 화석을 낙찰받으면 좋지만 공공기관은 늘 예산이 부족해 새로운 화석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폴리 척추고생물학회장은 최근 초고가의 화석 경매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일례로 지난 4월 프랑스 경매에서도 알로사우루스와 초식공룡인 디플로도쿠스 화석의 낙찰가가 17억원을 넘었다.

미국 국립공원청의 고생물학자인 빈센트 상투치 박사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고가의 공룡 화석 경매로 인해 국립공원 같은 국유지에서 돈을 노린 공룡 사냥꾼들의 불법 발굴이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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