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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박테리아 칩' 삼켜 장출혈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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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장출혈(腸出血)을 진단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캡슐이 개발됐다. 이전에도 알약형 내시경이 개발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카메라 대신 살아 있는 박테리아가 들어갔다. 박테리아 캡슐에 유전자를 추가하면 다른 질병도 진단할 수 있어 환자에게 거부감이 없는 대장 검사법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티머시 루 교수 연구진은 지난 2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유전자를 변형한 박테리아를 작은 캡슐에 담아 돼지의 장출혈을 간단하고 신속하게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캡슐은 길이 30㎜, 지름 10㎜이다. 한쪽 끝에 작은 배터리가 들어 있고 반대편에는 전자회로와 박테리아가 있는 작은 방이 네 개 있다. 표면은 혈액 성분이 오갈 수 있는 얇은 막으로 덮여 있다.

기술의 핵심은 박테리아다. 연구진은 인체에 이로운 대장균 종(種)에 혈액 색소인 헴과 만나면 빛을 내는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대장균이 빛을 내면 그 아래 있는 전자회로의 광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스마트폰에 무선 신호를 보낸다. 연구진이 돼지의 대장에 일부러 혈액을 주입한 다음 캡슐을 먹이자 곧 스마트폰에 출혈 신호가 떴다. 캡슐은 한 번 진단을 하고 바로 배출되게 할 수도 있고, 수일에서 수 주간 장에 머물며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장출혈은 궤양이나 암의 신호이다. 지금은 환자에게 불편을 주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야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장출혈이 의심되면 박테리아 캡슐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며 "박테리아 유전자를 추가하면 다른 질환도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미 만성 장 질환인 크론병과 소화기 감염균을 진단하는 박테리아 센서들을 개발했다. 또 전력 소모량을 낮춰 캡슐의 크기를 3분의 2로 줄이는 연구도 하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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